은행들, 워크아웃 예정 기업 예금 동결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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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경남 창원의 대동종합건설이 23일 창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동주택과 대동그린산업, 대동E&C 등 3개 계열사도 함께 신청했다. 대동종합건설은 지난 20일 채권단의 112개 건설·조선사의 신용위험 평가 결과 부실징후가 있는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됐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기존 금융권 채무는 동결되지만 실사를 거쳐야만 신규 자금이 지원된다.

대동이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택한 것은 당장 꾸려갈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동종합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실사를 하는 데만 3~4개월이 걸린다”며 “지금 써야 할 운영자금이 부족해 회사를 회생시키는 데는 법정관리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모든 채무가 동결된다.

이 때문에 대동을 C등급으로 평가한 것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농협의 고위 관계자는 “등급을 매기는 과정엔 문제가 없었다”며 “C등급 판정이 난 이후 일부 자산에 압류가 들어오면서 회사 사정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대동종합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 74위인 건설사로 ‘다 숲’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함께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이수건설의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은 이날 채권단협의회를 소집하고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수건설은 4월 22일까지 3개월간 채무 상환을 유예받은 채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또 롯데 계열사인 롯데기공은 건설과 제조 부문을 각각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기공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권단협의회에 이 같은 내용의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제출했다. 국민은행은 28일 신일건업, 29일 진세조선에 대한 채권단협의회를 연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업체들에 대한 은행들의 예금 동결 조치는 사흘 만에 풀렸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전체 은행들의 부행장 회의를 긴급 소집해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한 예금 동결을 포함한 금융 제한 조치를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일부 시중은행은 지난 21일부터 C등급 건설사들에 대해 예금 인출, 어음 교부, 법인카드 사용, 자금 지급 등을 중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은행 관계자는 “본사의 지시는 없었으나 일부 지점에서 예금 동결을 해 이를 해제했다”고 말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경제학)는 “워크아웃은 은행이 해당 기업을 살리기 위해 하는 조치”라며 “은행이 당초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속적이고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배·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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