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바꾼돈 모자란다고 23곳서 더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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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은행은 큰소리에 약하다(?)'-. 잘못이 누구에게 있든 큰소리 치면 이기는 세상.은행에서 환전 액수가 틀리다며 큰소리로 항의해 1만~2만원씩 더 받아내는데 재미를 붙였던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충북 청주서부경찰서는 10,11일 이틀동안 청주와 조치원의 은행 22곳에서 은행원을 속여 44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한열(金漢烈.24.무직.경북경주시황오동)씨를 12일 구속했다.

金씨의'큰소리 치기'수법은 유치하긴 했지만 신용과 서비스를 생명으로 하는 은행의 업무특성을 약점으로 이용한 것이어서 상당수 은행원들이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金씨의 수법은 이렇다.우선 은행 출납창구에 가서 5천원짜리 지폐 14장을 1만원짜리로 바꿔달라고 요구한다.1만원짜리 7장을 받은뒤 곧바로 5천원짜리 4장을 또 주며 1천원짜리로 바꿔달라고 한다.

은행직원이 1천원짜리를 열심히 세는 사이 먼저 받은 7만원 가운데 2만원을 슬쩍 주머니에 챙기고는“액수가 틀리지 않느냐”며 큰소리로 항의,객장내 고객의 시선을 유도한다.처음엔“그럴리가 없다”고 응수한 직원도 항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행여 신용 이미지에 금이 갈까 더 주고 만다.

경찰 조사결과 金씨는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업체에서 일하다 최근 그만둔뒤 야구경기를 보러 청주에 왔다 용돈이 궁하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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