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한국에서 직접 용서 빌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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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적 병역 기피 의혹으로 2002년 법무부로부터 입국 금지 조치를 받았던 가수 유승준이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인터뷰를 하며 “인생 남은 목표는 한국에서 직접 용서를 비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월간지 '여성조선' 2월호에 따르면 그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 북받쳐 오르는 말들을 모두 토해내고 싶지만 이런 기분조차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던 그날 다른 나라에 온 줄 알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호성을 지르고 사인해달라고 했던 사람들이 싸늘한 눈빛을 보냈고 ‘스티브 유’라고 부르며 조롱했다"며 "매니저는 사람들이 던진 깡통에 머리를 맞아 피가 나기도 했다. 미처 몰랐다. 한 순간의 실수 때문에 이렇게 인생이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나이도, 생각도 너무나 어렸다”면서 "그저 소속사에서 시키는 대로 말하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기계처럼 살았을 뿐 어떤 결정도 혼자서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무지했다. 병역의 의무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며 "깊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병역을 기피한 적은 없다. 오히려 군에 입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군입대를 포기하고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게 된 경위는 무엇이었을까. 유승준은 “한국에서 활동할 당시 아버지와 함께 미국 시민권을 신청해놓은 상태였지만 이미 군에 입대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기 때문에 시민권 취득을 거부했다”며 “당시 시민권을 거부했던 서류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나는 군에 입대하려는 의지가 확고했다”고 말했다.

유승준은 그 무렵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다가 허리를 다쳐 병원 정밀검사 결과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은 뒤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퇴원 후 더 열심히 춤추고 노래했다.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아픈 척한다는 말은 듣기 싫었다"며 "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속사였다. 당시 모 음반사와 제 소속사가 두 장의 음반을 내기로 계약했었고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다. 한 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나머지 한 장의 앨범은 아직 발매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만일 군 입대 전에 앨범을 내지 못할 경우 그 손해는 계약을 위반한 저희 기획사에서 모두 물어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입소 전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미국에 있는 동안 1년 전 거부했던 시민권이 다시 통과됐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는 “마치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시기가 딱 맞아 떨어졌다. 부모님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면서 저를 설득하셨다"며 " ‘9.11테러 이후 시민권에 대한 심사가 강화됐다’며 ‘만약 지금 시민권을 따지 못한다면 영원히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부모님과 생이별을 할 수 있다고"라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한국에는 나와 같은 방법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외국 국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도 있고, 운동선수들도 있다"며 "그들은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저는 입국조차 할 수 없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조용히 시민권을 취득했고, 나는 군에 입대한다고 말했다가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이다. 거짓말, 괘씸죄, 그게 나의 죄명이자 입국 불가 사유”라고 말했다.

그는 한참을 울면서 “나는 아들, 아내와 함께 한국을 가지 못한다. 알 카에다, 오사마 빈 라덴과 입국금지 사유가 같다. 제가 그 사람들과 같은 사람인가. 나는 내 잘못을 잘 알고 있다. 왜 ‘국민 왕따’가 됐는지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승준은 중국에서 3년째 활동하며 2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조만간 청룽(成龍)과 함께 영화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2008년 5월 성룡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JC그룹과 7년 전속 계약을 맺었다.

유승준은 "자신의 가장 큰 목표는 월드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으로 돌아가서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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