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대아시아 외교 밑그림 ‘캠벨 보고서’ 단독 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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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의 초석이며, 중국의 힘은 현실로 인정해야 하고, 한국과는 동맹 복원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6월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발간한 보고서 ‘균형의 힘:아시아에서의 미국’에서 제시된 미국의 한·중·일 3국 접근법이다. 이 보고서가 뒤늦게 주목받는 이유는 저자인 커트 캠벨 CNAS 회장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그의 보고서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밑그림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캠벨 보고서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일본 중시’와 ‘중국 인정’이 뚜렷하다. 부시 행정부의 ‘미·일 동맹 근간론’을 그대로 가져온 반면 부시 행정부 일각의 ‘중국 경계론’을 벗어나 ‘중국 인정론’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부시 행정부에서 중국을 의식한 한·미·일 3각 동맹이 중시됐다면, 오바마 행정부에선 미·일·중 3국 대화가 활발해지며 상대적으로 한국의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미·일 동맹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초석(foundation stone)”이라며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이어 한국-호주-인도-대만-싱가포르 등의 순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도 최근 미 상원 청문회에서 “미·일 동맹은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초석(cornerstone)”이라며 이 내용을 그대로 반복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현재 일본의 아프간·이라크 평화 안정 활동에서처럼 일본이 전 세계에서 적극적 역할에 나서도록 미국이 독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에 대해선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정치적·문화적 힘(predominance)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견제 일변도의 대중 외교가 아니라 “단것(sweet)과 신 것(sour)을 주의 깊게 균형 맞춘 현실적·실용적 대중 정책”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핵 문제, 다르푸르 학살, 이란 비핵화 설득 등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에 대해선 “한·미 동맹은 가장 강력하면서도 잘 통합된 군사 동맹”이라면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간의 불편한 관계로 서울과 워싱턴 양쪽에서 동맹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워싱턴은 동맹을 중시하는 한국 정부를 양국 간 협력 확대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현욱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일방주의 외교를 벗어나 협력을 강조한 오바마 행정부에선 전통적인 미·일 동맹 중시론이 유지되는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이 부각될 수 있다”며 “한국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 우리가 원하는 한·미 동맹 방향을 빨리 만들어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커트 캠벨 차관보 내정자=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부 부차관보를 역임하며 1996년 미·일 신안보선언 마련에 관여하는 등 일본통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신미국안보센터 회장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오바마 후보를 돕다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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