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 울림 커진 세종회관 ‘은밀한 도움’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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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벽에서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명훈 지휘의 서울시향이 연주한 이날 무대에 키 큰 마이크가 빼곡히 놓였다. 약 3m의 긴 마이크는 객석과 가까운 곳에, 나머지 10여 개의 작은 마이크는 연주자들 사이사이에 배치됐다. 이 중 절반 정도의 마이크는 소리를 미세하게 조정해 객석 구석구석에 전달하는 구실을 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객석 벽 속에는 약 250개의 스피커가 흩어져 들어가 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세종문화회관이 2004년 재개관하면서 설치한 음향보정장치다. 그동안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던 것을 이번에 제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연주자들이 “소리 울림이 거의 없어 연주하기가 힘들다”고 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날 연주는 크고 분명한 소리를 냈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마이크는 기본적으로 ‘금기’다. 하지만 서울시향의 연주에서와 같이 마이크가 많이 놓이기도 하고, 예술의전당 역시 천장에서 연결된 마이크가 무대 위로 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마이크의 역할은 제각각이다. 음향이 좋은 콘서트홀의 경우, 마이크는 기본적으로 기록을 위한 녹음용이다. 라디오·TV 중계가 있는 경우에는 방송용으로 쓰일 때도 있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53)이 2003년 처음 내한해 “예술의전당의 마이크를 치우지 않으면 연주하지 않겠다”던 그 마이크는 녹음용이었다. 시원한 소리와 좋은 울림을 들려준 16일 서울시향의 연주는 전체적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귀가 예민한 일부 청중은 “악기 소리가 시차를 두고 메아리쳐 들리는 것 같았다”고 불평했다. 살짝이라도 기계의 도움을 받은 음색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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