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로드맨 '리바운드王' 이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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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장 24㎝.점프높이는 67~70㎝.득점력은 경기당 7.8점.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데니스 로드맨(사진)의 신상명세및 기록이다.이 자료만 보면 그는 아주 평범한 선수다.게다가 언행에도 문제가 있어 '악동'이란 소리를 듣는 말썽꾸러기다.

그런데도 그는 게오르그 뮤레선(워싱턴 불리츠.232㎝)이나 숀 브래들리(228㎝)같은 거인들이 즐비한 NBA에서 6년연속 리바운드왕 자리를 독점하고 최강팀 불스의 주전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당 평균 31분33초밖에 뛰지 못하면서도 매경기 리바운드는 12.97개.최강팀의 붙박이 주전인데다 찰스 바클리(휴스턴 로케츠)같은 슈퍼스타도 얻지 못한 챔피언반지를 세개(89,90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96년 불스)나 차지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평범한 신장과 점프력,빈약한 공격력뿐인 로드맨이 NBA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은 것은 수수께끼다.로드맨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 리바운드.NBA 최강팀들이 말썽꾼인 로드맨을 필요로 하는 것도 바로 그의 강력한 리바운드 능력 때문이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로드맨은 대부분의 NBA 슈터들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한다.그 자료에는 슛이 빗나갈 경우 어느 각도로 떨어지는 확율이 많은지 까지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이 자료를 참고로 로드맨은 리바운드 위치를 잡는다고 한다.여성편력과 기행으로 바쁜 로드맨이 언제 비디오를 보고 데이터를 수집하는지는 알 수 없다.

또 로드맨은 점프 타이밍이 빨라 낙하하는 볼에 가장 먼저 손을 대고 착지후 2,3차 점프로 연결되는 동작이 빠르다.점프의 높이는 낮아도 탄력과 순발력이 좋다는 얘기다.

잦은 퇴장과 파울을 기록하는데서 보듯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공격은 접어둔채 오직 리바운드에만 몰두하는 점도 돋보인다.그러나 로드맨의 밑천이 리바운드 하나는 아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철벽수비,이것이 NBA 감독들에게는 매력적이다.상대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그 허점을 끝까지 파고드는 두뇌플레이,본능적으로 패스의 흐름을 간파하는 직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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