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경제위기론 잠재우는 것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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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7일 "과장된 위기론이야말로 시장을 위축시키고 왜곡시킬 뿐 아니라 진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는 과장된 위기론을 잠재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제17대 국회 개원식 축하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한 뒤 "불안해서 위기를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필요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불안을 증폭시키고 위기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분명히 얘기하지만 우리 경제는 결코 위기가 아니며 어려움이 있지만 위기라고 할 수준은 아니다"며 "경제위기설이 무리한 대책을 낳고 그것이 진짜 위기를 부르는 악순환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정치인도 기업인도 언론도 책임 있게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전망과 관련, 노 대통령은 "경제는 좋아질 것"이라며 "올해 5%대를 시작으로 내 임기 동안 매년 6%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치 개혁, 언론 개혁을 비롯한 과제들은 대부분 국회가 주도해서 해 줘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부패 청산과 정부 혁신 두가지는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부패는 차근차근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해 심각하고 구조적인 것부터 청산해 나가겠다"며 "가지만 자르는 것이 아니라 뿌리까지 뽑겠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뉴스분석] "위기다" "아니다" 대립 큰뜻 없어… 어려움 헤쳐 갈 사회적 합의 절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위기론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자칫 개혁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과장된 위기론이 실제로 경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89년과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0년의 경우 경기 부진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 성급한 내수부양책을 불러와 경제에 주름살을 준 것도 사실이다.

'공황'이나 '붕괴' '침몰' 등과 같은 거친 용어를 동원해 경제현실을 실제보다 과장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경제위기가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된 여러 통계수치들은 수출 독주와 내수 침체, 대기업 호황과 중소기업 불황이란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점을 가리고 있다.

1분기 5.3%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은 전적으로 수출로만 얻어낸 것으로, 침체된 내수는 이제 성장을 갉아먹는 형국이다.

97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상장기업의 이익률도 알고 보면 15%의 대기업이 전체 순이익의 83%를 차지하고,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순익이 11%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잘못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경제를 단박에 살려낼 묘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섣부른 부양책은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크다. 그보다는 어려운 경제현실을 인정하고, 노사정이 힘을 합쳐 사회통합의 큰 틀을 만들어가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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