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도 경제성장의 필수요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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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냥 집에 있어요.”'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주부들이 하는 천편일률적인 대답이다.

최근 이같은 주부들의 무보수 노동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국내총생산(GDP)에 반영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일고 있다.이는'가사노동.무보수노동을 포함한 여성들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제대로 평가할 방법을 마련하자'는 95년 베이징(北京)세계여성회의의 행동강령을 실천하기 위한 것.육아.요리.노인돌보기등 가사노동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인데도 지금껏 국가통계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했고,그 결과 각종 정책에서 여성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최근 정무장관(제2)실과 유엔개발계획(UNDP)주최로 한국여성개발원서 열린 '여성의 무보수노동 가치평가에 관한 국제워크숍'은 아태지역 21개국 대표들이 모여 여성노동 가치평가 작업 현황을 상호보고하는 자리였다.각국에서 기초작업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하루중 몇시간동안이나 무보수노동에 종사하는지'시간사용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포드재단 후원으로 조사를 벌인 방글라데시의 경우 국가전체 무보수노동의 95%를 여성이 담당하고 있었는데,이를 가치환산해 포함시킬 경우 여성들의 GDP 기여비율은 41%에 달했다.그러나 무보수노동 가치를 인정치 않는 통상적인 GDP에 대한 여성들의 기여비율은 25%에 불과하다.

통계청서 조사를 실시한 네팔 역시 무보수 노동을 통한 여성들의 비공식경제 기여도는 62%에 달한 반면 공식경제 기여도는 32%로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한국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시간사용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형편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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