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학기술과 산업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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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종래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을 주도해 온 기술도입과 노동집약적 생산구조로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레 재론할 필요도 없다.그래서 정부.산업체.대학 할 것 없이 독창적 과학기술의 개발을 외쳐온지 오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은 어떠한가. 산업기술의 기초가 되는 과학의 수준을 논할 때 흔히 사용되는 것이 과학논문의 SCI집계다.우리나라의 경우 90년엔 세계 33위였다.그러나 그후 매년 조금씩 순위가 올라서 91년 32위,92년 29위,93년 27위,94년 25위,95년 23위까지 올라갔다.그리고 96년에는 논문편수 약 7천3백편으로 19위까지 뛰어올랐다.그러나 이 논문수는 1위인 미국의 40분의1,2위인 일본의 10분의1 수준이며 인도.중국.대만보다도 적다.경제 규모가 세계11위라고 하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초라한 학문수준이라 아니할 수 없다.이러한 학문수준은 바로 우리나라 대학의 학문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한 영문주간지가 아시아와 대양주 각국의 유명 대학들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 대학은 서열 10위내에 한곳도 들지 못했고 50위 안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 3곳만이 진입했을 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비가 학생 1인당 연간 2천2백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국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통계를 보면 당연하다고도 하겠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이 이러다 보니 로열티 지출이 엄청난 액수에 이르고,이것이 또한 무역적자의 근원적 원인이 되고 있다.더욱이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이 외국에 지적재산권을 이전해 주고 받은 로열티 수입이 1억8천5백만달러로 95년의 약 3억달러에 비해 38%나 줄었다고 한다.반면 같은 해 1~10월중 외국에 지불한 로열티는 전년의 16억달러보다 오히려 20% 이상 늘어난 20억달러였다고 한다.이러한 경제상황 속에서 IMD의 평가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은 조사 대상 46개국중 31위로 평가됐다.이는 흔히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대만.싱가포르.홍콩.중국.태국.필리핀보다 낮은 것이다.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이토록 낮은 것은 낙후된 과학기술외에 고임금.고금리.고지가.고물류비,그리고 낮은 생산성(미국과 싱가포르의 50% 수준)등에도 그 원인이 있다.

이런 국가 경쟁력 저해 요인들이 가까운 장래에 급격히 개선될 전망도 밝지는 않다.또 31위라고 하는 그나마의 경쟁력도 수도권 일원에 집중돼 지역간 심한 격차가 존재,국토와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저해하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에서의 산업경쟁력은 열악하기 그지 없어 국가 경영상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우리 지역은 아직도 1차산업의 비중이 타지역에 비해 큰 반면 2차산업의 비중은 작다.그러면서 3차산업의 비중은 기형적으로 크다.특히 2차산업 가운데도 환경오염 유발성이 큰 화학공업이 많고 소위 첨단산업이라고 할만한 산업은 극히 적다.우리 지역은 애당초 산업화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낮아서 공항.항만.철도등도 부실하다.이 때문에 기업유치에 장애요인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와같이 분석해 본다면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위와 같은 모든 장애요인들을 제거하는 일이다. 하두봉 광주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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