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재생공장 르네상스하우징 대표 허용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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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무리 낡아도 조금만 손보면 새것처럼 만들 수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쓰던 가구를 너무 쉽게 버립니다.” 가구재생공장인 르네상스하우징(부산시강서구대저동)대표 허용범(許龍範.34)씨는“그래도 요즘은 쓰던 가구를 수리해 쓰려는'알뜰파'가 제법 늘고 있어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許사장의 1백20평짜리 공장에는'재생'을 부탁받은 가구 20여점이 빼곡이 들어차 수리를 기다리고 있다.

넉달전부터 하루 5~6건의 가구재생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許씨를 포함,10명의 직원으로는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실정.“이사철인 봄.가을이 되면 아무래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지만 지금의 인력으로는 하루 4~5건 정도가 적당하지요.” 생활정보지나 전화번호부에 실린 광고를 보고 전화주문을 해 오면 소비자의 집까지 트럭을 몰고 가 가구를 실어온다.

흠집고치기.바닥고르기.무늬넣기등을 거쳐 도색작업까지 10가지 공정을 거치면 아무리 찌그러지고 오래된 가구라도'최신식'가구로 바뀐다.

주로 들어 오는 주문은 색깔바꾸기.짙은 갈색계통의 가구를“아파트 분위기에 맞게 미색이나 옅은 분홍색등으로 바꿔 달라”는 부탁이다.

“여기에 옛날 스타일의 나무장식을 떼내고 최신 감각의 무늬를 조각해 넣으면 일반가구점에서도 보기 힘든 멋있는 새가구로 변신하게 되지요.” 헌가구를 완전한 새가구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은 보통 구입단가의 30%가 적정선. 83년 20세의 나이로 인천의 한 가구공장에서 가구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許씨는 가구의 품질관리와 애프터서비스를 책임지는 부서에서 일하다 90년 퇴사한 뒤 부산에서 가구회사를 상대로 하는 가구수선재료업을 하면서 재생가구에 대해 눈을 떴다.

許씨는 부산 시내 재생가구점의 원조(元祖)다.쓰던 가구를 재생해 쓴다는 개념조차 없었던 91년말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수영구망미동에 재생가구점을 열어 어렵게 기반을 잡은 뒤 92년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현재 부산의 가구재생공장은 약 30개 업체로 주로 강서구대저동과 남구용호동 일대에 몰려 있다.그 중 몇개 업체는 許씨와 같이 일하다 독립한 사람들이 세운 것이다.

“가구에 쓰이는 목재의 1백%가 수입품입니다.쓰던 가구를 쉽게 버리지 말고 수리해 쓰면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외화도 아낄 수 있는데다 환경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 한꺼번에 세마리의 토끼를 잡는 셈이지요.” 許씨는“재생가구업도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아쉬워했다.문의 051-973-6283~4. 부산=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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