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포스코, 시장의 견제·압력 더 신경 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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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포스코 주식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다. 외국인 지분이 43% 안팎이어서 해외투자자까지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던 지난해 말 해외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세계적 ‘큰손’인 미국의 워런 버핏 쪽에서는 “포스코가 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느냐”며 따졌다고 한다.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포스코 주식 4% 정도를 가지고 있다.

안팎에서 포스코의 경영상 변화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이구택 회장이 최근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임을 발표한 15일 포스코의 주가도 출렁거렸다. 전날보다 5.28%(2만원) 떨어진 3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전체 시장도 낙폭이 컸다. 하지만 포스코의 하락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철강경기 부진에다 회장이 외압으로 물러났다는 시각까지 겹쳐 크게 떨어진 것으로 해석했다. 갑작스러운 경영진 변동에 대한 시장의 평가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포스코가 앞으로 마켓(시장)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인 이화여대의 서윤석(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잘못돼 손실을 보면 주주, 특히 해외투자자 쪽에서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은 어떤 외압보다 시장의 압력과 견제를 더 무서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외신들도 주주 소송으로 홍역을 치르거나 정책을 바꾸는 글로벌 기업이 적지 않다고 전한다. 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의 경영권을 위협했던 것처럼 포스코도 해외투기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설봉식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포스코가 어느 때보다 안정돼야 하는데 최고경영자(CEO)가 흔들리고, 회사까지 어수선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눈 거의 모든 전문가도 포스코의 장래를 걱정했다. CEO가 갑작스럽게 바뀌고 임원 교체 바람 속에 조직이 흔들리면 경영상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국민주 1호 기업이다. 1988년 근로자·농어민·저소득층에 우선 배정한 국민 주식이기도 하다. 조직을 안정시키고 주주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실적을 내는 것이 포스코 경영진의 과제라는 얘기다. 앞으로 후임 CEO 선정을 위한 다양한 기준이 마련되고 후보 간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후임 CEO는 ‘누가 최고의 경영 실적을 낼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선정돼야 한다.

염태정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