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공익.부작용 외면한 방송광고 규제철폐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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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영업.광고료 책정.광고시간 배정등 시장개입적 광고정책이 방송광고의 불공정거래를 조장하고 광고가격 결정등을 왜곡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통합방송법 논란때만 해도 조용하다가 왜 이 시점에서 이같은 방송광고시장 탈규제 논리를 새삼스레 제기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교과서적으로 보면 물론 대행독점이나 정책적 광고규제가 공정거래 행위에 어긋나며 자유로운 광고시장 질서에도 역행한다.그러나 광고의 자유시장 원리를 지금 우리 상황에 도입할 때 현실적으로 3개의 결정적'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첫째,방송광고는 광고상품 자체의 성격과 함께 언론과 문화란 공익성과 직결돼있는데 이 방송광고가 자유시장 논리에 방치되었을 때 공정거래가 이루어진다는 담보가 없다는 점이다.불공정거래가 관행화한 탈규제적 신문광고 시장이 그것을 입증한다.

둘째,방송사들이 공익을 훼손하고 사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자유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방송광고가 방송편성과 내용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예컨대 방송사에 의해 광고료 고삐가 풀리고 광고료가 조작 폭등되면 다수의 중소 광고주들이 방송광고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차단된다.이 경우 이제까지 모든 광고주들에게 제공돼온 방송광고 접근 기회가 박탈되고 불공정과 불균형의 광고거래가 자행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마지막으로 방송광고 자유거래 원칙은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즉 사회적 책임을 동반한다는 대전제 아래 광고주.매체사.대행사 그리고 광고의 마지막 수용자인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공익을 제공하자는 수단인 것이다.

이에 따라 서구에서도 공익의 최고 담보자인 국가가 법적으로 방송광고에 개입해 공정질서를 지키자는 방송광고의 사회 책임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무조건 자유거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자유시장 원리에 충실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같은 이유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시장원리'라는 외눈만 가지고 방송광고 규제를 철폐하고 대행독점을 해체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단세포적인 것일 수 있다.이것은 방송광고를 신문광고나 잡지광고 혹은 전광판 광고와 혼동하고 있거나 방송광고의 공익적 의미를 오해한 결과에서 비롯된다.

광고시장에서 규제를 없애고 공정거래를 이루자면 공익을 제고하고,사익 억제를 함께 해나갈 담보장치가 있거나 대안적 제도가 있어야 한다.방송광고의 공정거래를 위해서는 이러한 장치나 제도가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적인 이야기다.방송광고의 규제나 탈규제가 단순히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선.악 이분법적 판단에 맡겨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방정배 성균관대 언론홍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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