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병풍 아파트’ 스카이라인 확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 한강변을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던 아파트들이 사라진다. 대신 여의도·압구정·잠실 지역에 63빌딩보다 높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 한강변 스카이라인이 확 바뀌게 된다. 아파트 단지를 뒤로 옮겨 생기는 공간에는 문화체육시설과 공원 등 대규모 공공시설이 생겨난다. 서울시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병풍 아파트에 가로막혀 사유화된 한강을 공공의 공간으로 되돌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개별적으로 재건축·재개발이 추진 중인 여의도·압구정·합정·이촌·성수 지구를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통합개발할 계획이다. 망원·당산·반포·잠실·구의자양지구도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개발하도록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유도정비구역은 중장기적으로 중·소규모 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총 개발 면적의 25% 이상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이 부지에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각종 공공시설이 들어선다. 대신 서울시는 용적률을 높여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여의도·압구정·잠실 등은 건물의 최고 층수 제한이 없다. 단지별 재건축은 서울시의 통합개발계획에 부합되는 때에만 허용할 방침이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5대 전략정비구역의 개발에 따른 부가가치가 12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한강변 주거지역 중 20%가 재건축됐고 나머지도 기존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며 “더 미루면 한강 주변의 구조 개편이 물 건너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특성 살려 통합 개발=서울시의 계획대로 되면 한남대교~성수대교 사이 압구정지구에는 5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이나 슬림형 아파트가 들어선다. 바로 앞 올림픽대로 2.2㎞ 구간은 지하로 바뀐다. 또 한강변에는 복합문화시설과 녹지공원이 조성된다. 여의도공원 동측의 아파트 지구에는 초고층 건물과 함께 업무·상업·숙박시설이 올라간다. 도서관·공원·문화체육시설 등도 만들어진다. 이촌·성수·합정지구도 비슷하게 개발된다. 전략정비구역은 한강변 토지 이용 변화를 선도할 지역으로 현재 개별 개발이 추진 중인 곳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총 개발 면적의 25%~40%를 서울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공공시설 용지와 조성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대신 서울시는 용적률을 높여 기부채납에 따른 손실분을 메워 줄 계획이다. 김성보 서울시 건축정택팀장은 “과도한 개발이익 등으로 특혜 시비가 일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아파트 중에서는 이촌동 렉스아파트가 25%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50층짜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를 짓더라도 가구 수는 현재와 똑같이 유지된다. 김 팀장은 “개별 아파트의 재건축은 통합개발 계획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허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한강 양편을 남북 벨트로 연계해 생태첨단산업(마곡~상암), 문화예술(당산~선유도~홍대), 국제금융업무(여의도~용산) 벨트로 특화할 계획이다.

◆부동산 투자 수요 몰릴 수도=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슬림한 타워형 아파트를 짓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건축학적으로는 도심 내 오염된 공기를 순환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부사장은 “한강변 초고층 빌딩은 조망권이 좋아져 집값이 올라가게 된다”며 “자칫 이들 지역에 투자 수요가 몰려 부동산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건설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건설사나 부동산 산업 내 구조조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쉽게 효과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한강변 전 지역의 토지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해 투기 조짐이 보이면 즉시 토지거래 허가구역 또는 투기지역으로 묶겠다는 방침이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