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이청용·기성용 “이란전은 우리가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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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성용(左)과 이청용이 훈련 중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귀포=뉴시스]

 한국 축구의 희망인 ‘쌍용 브러더스’ 이청용(21)과 기성용(20·이상 서울)이 힘차게 용틀임했다. 두 선수는 1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숭실대와의 평가전에서 단짝임을 과시라도 하듯 맹활약했다. 숭실대전은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더 이상의 테스트는 없다. 이란전에 대비해 주전 선수 위주로 실전처럼 임하겠다”고 선언한 뒤 첫 평가전이었다.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선수들 속에서 ‘쌍용’의 플레이는 발군이었다. 지난주 체력 테스트에서 주전 선수 중 1위를 차지한 기성용은 측면과 최전방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전반 36분 특유의 개인기로 숭실대의 측면을 무너뜨린 뒤 크로스를 올려 이청용의 선제골을 연출했다. 전반 40분에는 코너킥으로 이근호의 추가골까지 어시스트했다. 대표팀 경기에서 처음으로 전문 키커 역할을 부여받아 장기인 킥력을 유감 없이 과시하기도 했다. 현재 대표팀의 오른발 전문 키커는 박지성(맨유)·김두현(웨스트브로미치) 등으로 해외파 일색이다.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는 “기성용이 킥력이 좋은 선수라 해외파가 합류하더라도 전문 키커로 경쟁시켜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청용도 몸이 가벼웠다. 전반 36분 선제골에 이어 후반 11분 추가 헤딩골을 만들어냈다. 수비수와 충돌도 불사하며 평소 잘 하지 않는 헤딩슛을 시도하는 투지가 돋보였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지난해 ‘한국 축구의 발견’이란 찬사를 받았다. 어제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차세대 두 기수의 2009년은 그래서 더 기대가 크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행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기성용은 9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도 출전한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 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젊은 선수 50인’에 포함된 이청용은 올해가 본격적으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기회다. FC 서울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 있다. 소속팀에서 한 방을 쓰는 둘은 해외 진출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성용은 “청용이와 나에게 쏠린 기대가 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가 해내야 할 일이다. 부담이 있어야 더 자극이 된다. 이를 위해 나도 청용이도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일찌감치 준비를 해 왔다”며 “청용이가 잘 하지 않는 헤딩슛을 하는 걸 보고 놀랐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날 각각 2골을 뽑아낸 이근호(대구)와 이청용의 활약에 힘입어 4-0으로 승리했다. 제주 전지훈련에서 아마추어팀(광운대·국민은행)과 잇따라 1-1로 비긴 뒤 첫 승리를 기록한 대표팀은 울산 현대와 두 차례(21, 23일) 평가전을 남겨놓고 있다. 허 감독은 “소집 전 체력훈련을 해오지 않은 선수가 많아 더 이상 그 선수를 안고 가지 않기로 했다. 남은 경기도 체력이 되는 선수를 위주로 선수 교체를 최대한 줄여 실전 감각을 익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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