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롯데쇼핑 “이젠 글로벌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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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롯데그룹은 재계 순위 5위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요즘 제2 롯데월드 문제로 이목을 끌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기업이다. 그런 롯데의 주력은 롯데쇼핑. 이 회사가 탄생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사람으로 치면 30세를 일컫는 ‘이립(而立)’에 들어선 것이다. 모든 기초를 세웠다는 뜻이다. 이 회사를 이끄는 사람은 이철우(66·사진) 대표.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하다가 1976년 롯데백화점 설립요원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리고 대표까지 됐으니 롯데쇼핑의 산증인인 셈이다.

-유통 강자 자리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왜?

“작은 전투에선 질 수 있어도 전쟁에선 지면 안 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숱한 고비를 넘어 결국 이기는 프로정신을 발휘했다. 30년 전에도 부족하고 못 가진 조직이란 생각을 갖고 ‘한번 해보자’란 의지로 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리더십 힘이 크다. 신 회장의 멀리 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유통 강자가 됐다.”

-초창기 신 회장의 리더십 일화가 있다면.

“‘롯데 1번가’로 불리는 백화점 자리에 타일을 무엇으로 깔 것인가를 놓고 직원들이 고민했다. 이탈리아 산을 깔자니 당시 국산품 애용 붐이 마음에 걸렸고, 국산을 깔자니 질이 낮은 게 흠이었다. 신 회장이 간부들을 소집해 의견을 물었다. ‘이탈리아산이 다섯 배나 비쌉니다’ ‘글쎄요, 아직 우리나라 사람이 고급에 익숙한 수준이 아니지 않습니까’라는 대답이 나왔다. 신 회장은 시원하게 결정을 내렸다. ‘난 그래도 최고급으로 한다. 한국인의 수준을 비하하면 되는가. 고객들에게 최고급 매장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20년 뒤에야 신 회장의 결정이 훨씬 더 경제적이란 걸 깨달았다.”

-2006년 주식시장 상장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친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릇이 크면 늦게 차는 법이다. 종지에 투자하느냐, 대접에 투자하느냐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세계 경기가 녹록지 않은데.

“지난해 말 8시간30분에 걸친 전략회의를 했다. 당시 임원들은 ‘내년이 더 어렵겠다’고 엄살을 떨었다. 그래서 나는 ‘여건이 어렵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은 아마추어다.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자. 어렵다고만 하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우리 조직에 아마추어는 없다. 초급·중급·고급 프로만 있을 뿐이다’고 질타했다.”

-앞으로의 전략은.

“과감한 글로벌화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 1호점을 냈다. 국내 백화점 업계의 첫 해외 진출이자 동양권 유통기업의 첫 서양권 진출이다. 지난해엔 중국 베이징에 점포를 냈다. 인도에도 들어간다. 뉴델리·뭄바이·벵갈루루 같은 대도시를 대상으로 시장조사 중이다. 앞으로도 해외 점포 수를 계속 늘려갈 생각이다.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로 거듭나 100년 기업의 비전을 보여주겠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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