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교육 + 사회운동 + 명연설 … 오바마와 킹 목사 닮은꼴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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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바마와 킹 목사가 인쇄된 취임식기념 배지. 가격은 1달러(약 1300원).

 “월요일은 마틴 루서 킹을 축하하고, 화요일은 첫 흑인 대통령을 축하해야 하죠.”

한때는 흑인 인권운동가로 활동했고, 현재는 미국 뉴욕주의 글렌코브 고등학교 부교감인 흑인 셰릴 구다인(58·여)은 “매우 감격스러운 날들”이라며 “내 삶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마틴 루서 킹 기념일과 20일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흥분해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흑인 사회·대학가에서는 오바마의 연설과 킹 목사의 연설을 비교하는 등 두 사람을 연결하는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킹 목사의 정치적 꿈을 구체화했다”고 평가했다.

많은 미국인은 오바마와 킹 목사가 여러 면에서 닮은 구석이 많다고 평가한다. 그들은 유년 시절 흑인으로서 커다란 벽을 느꼈다. 오바마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흑과 백 사이에서 줄을 타는 법을 익혀야 했다”며 보이지 않게 차별받았던 경험을 털어놨다. 킹 목사는 ‘흑인차별법’으로 인해 백인만 이용하는 이발소에는 가보지 못했다.

오바마와 킹 목사는 모두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기업 문화·입법 과정을 반드시 배워야 했다”며 하버드 진학 이유를 밝혔다. 킹 목사는 보스턴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보스턴대는 당시 흑인에게는 하버드대에 버금가는 학교였다. 하버드 등 대부분 대학이 흑인들의 입학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미 남북전쟁 당시 반노예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이라 킹 목사는 보스턴대에 입학해 진보적인 백인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다.


오바마와 킹 목사가 시카고에서 사회운동을 펼친 점도 닮았다. 킹 목사는 1965년 시카고로 초청돼 교육 등 흑인 인권운동을 펼쳤다. 오바마도 시카고를 공동체 조직의 첫 근거지로 삼는다. 그는 “흑인을 조직할 것이다. 풀뿌리에서, 변화를 위해서”라고 외치며 시카고로 떠났다. 그는 시카고 주민들로부터 킹 목사의 발자취를 전해 들었다.

오바마는 20일 링컨 기념관 앞에서 취임식 연설을 한다. 킹 목사가 63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연설을 시작한 곳이다. 20만 명이 몰린 이 연설로 킹 목사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2년 뒤 최연소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미국인들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오바마의 취임식 연설이 킹 목사의 그날을 재연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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