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킹 목사가 인쇄된 취임식기념 배지. 가격은 1달러(약 1300원).
한때는 흑인 인권운동가로 활동했고, 현재는 미국 뉴욕주의 글렌코브 고등학교 부교감인 흑인 셰릴 구다인(58·여)은 “매우 감격스러운 날들”이라며 “내 삶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마틴 루서 킹 기념일과 20일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흥분해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흑인 사회·대학가에서는 오바마의 연설과 킹 목사의 연설을 비교하는 등 두 사람을 연결하는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킹 목사의 정치적 꿈을 구체화했다”고 평가했다.
많은 미국인은 오바마와 킹 목사가 여러 면에서 닮은 구석이 많다고 평가한다. 그들은 유년 시절 흑인으로서 커다란 벽을 느꼈다. 오바마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흑과 백 사이에서 줄을 타는 법을 익혀야 했다”며 보이지 않게 차별받았던 경험을 털어놨다. 킹 목사는 ‘흑인차별법’으로 인해 백인만 이용하는 이발소에는 가보지 못했다.
오바마와 킹 목사는 모두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기업 문화·입법 과정을 반드시 배워야 했다”며 하버드 진학 이유를 밝혔다. 킹 목사는 보스턴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보스턴대는 당시 흑인에게는 하버드대에 버금가는 학교였다. 하버드 등 대부분 대학이 흑인들의 입학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미 남북전쟁 당시 반노예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이라 킹 목사는 보스턴대에 입학해 진보적인 백인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다.
오바마와 킹 목사가 시카고에서 사회운동을 펼친 점도 닮았다. 킹 목사는 1965년 시카고로 초청돼 교육 등 흑인 인권운동을 펼쳤다. 오바마도 시카고를 공동체 조직의 첫 근거지로 삼는다. 그는 “흑인을 조직할 것이다. 풀뿌리에서, 변화를 위해서”라고 외치며 시카고로 떠났다. 그는 시카고 주민들로부터 킹 목사의 발자취를 전해 들었다.
오바마는 20일 링컨 기념관 앞에서 취임식 연설을 한다. 킹 목사가 63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연설을 시작한 곳이다. 20만 명이 몰린 이 연설로 킹 목사는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2년 뒤 최연소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미국인들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오바마의 취임식 연설이 킹 목사의 그날을 재연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