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교통 시내버스 운전기사들 부도난 회사 살리기위해 직접 관리.운영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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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8일 오전 137번등 3개 노선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서울송파구장지동의 영동교통.이 회사 운전기사 85명은 아침마다 출근해 운전대를 잡는 다짐이 다른 회사 운전기사들과 다르다.

회사가 부도나 사장은 도피하고 없는 상태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직원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부도난 것은 지난달 7일.적자누적등으로 사장인 金모씨가 6억여원의 부채를 갚지 못해 부도를 내고 도피하자 1백30여명의 운전기사들은 졸지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37번(문정동~광화문)좌석버스와 137번(신대방동~고속터미널).137-1번(문정동~고속터미널)시내버스등 64대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이들은 석달치 월급을 받지 못해 생계마저 큰 타격을 볼 실정에 처한 것이다.

한달 가까이 운행이 중단되던 이달 초순께 유성용(柳成勇.48)노조위원장이 중심이 된 노조원들은 “우리가 직접 회사를 살려보자”는데 뜻을 모았다.

柳위원장은“이대로 가다간 운전기사들의 생계가 막막해지는 것은 물론 시민불편도 극심해 우선 버스를 운행하고 나서 회사를 살리는 문제를 생각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운행을 재개한 것이 지난 19일.그동안 같이 근무했던 기사의 절반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바람에 인원이 85명으로 줄었다.

때문에 노선과 운행대수도 37.137-1번등 2개 노선 43대로 단축할 수밖에 없게 됐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마음들이다.

버스내부 창문에는'되도록이면 버스요금을 버스카드로 내지 말고 현금.토큰으로 지불해주세요'라는'호소문'도 부착했다.

도피한 사장이 은행대출받은 것을 갚지 않아 시내버스사업조합에서 버스카드 대금을 강제압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루 수익금은 평균 6백만원.부도전의 1천2백만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바람에 기사들의 월급도 하루 5만2천원에서 4만원으로 23%줄였고 지급방법도 월급에서 1주일에 한번씩 주는 주급(週給)으로 바꿨다.

양희찬(梁熙瓚.37)총무과장은 “버스운행을 재개하자 시민들이 반가워하는 모습에 가장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수입금을 늘리려고 노력하다보니 친절.준법운행 수준도 부도전보다 훨씬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영 기자

<사진설명>

운전사들 스스로가 회사살리기에 나선 영동교통의 한 운전기사가 차고지에 도착한 후 승객들에 대한 호소문이 붙은 버스내부를 직접 청소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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