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 선로 완공전 고속열차 인수로 보관장소.차량유지등 대책 막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경부고속철도가 갈수록 가관이다.

선로(線路)는 언제 완공될지 요원한데 그 위를 달릴 열차(列車)는 완성됐다.영국.프랑스 합작인 GEC-알스톰사는 29일 현지 공장에서'1호열차'제작을 자축하는 공개적인 행사를 벌인다.

이 열차는 앞으로 20개월간 프랑스에서 시운전한후 99년 10월말 우리에게 인도된다.

문제는 2호열차부터다.공단은 98년 4월 2호열차를 인수하고 그 다음 98년 12월에 3호열차를,4호열차부터 12호열차는 99년중 순차적으로 인수한다고 밝혔다.

우선 이같은 인수일정은 당초 공단이 수립했던 시험선 구간(천안~대전간 67.4㎞) 건설일정과 어긋난다.

공단은 시험선 구간의 경우 노반공사를 95년 11월에 끝내고,그 다음 궤도부설.전차선 설치.통신및 신호설비 설치.시운전등을 거쳐 98년 1월에 개통할 계획이었다.

시운전을 하려면 당연히 올 중반께 2호열차가 들어와야 한다.공단이 어떤 방법으로 인수기일을 바꿨는지 궁금하다.

공단은 아마 이번 협상에서“추가비용없이 6개월간 인수를 늦출수 있다”는 조항을 한껏 이용한 듯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제부턴 돈을 더 주지 않고는 인수일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열차는 어쩔수 없이 내년 4월부터 들어올 참이다.

정부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가.당국자는 경부고속철도 사업관리 자문을 맡고 있는 미국 벡텔사로부터“GEC-알스톰사가 늘어난 인건비.자재비등을 핑계로 엄청난 클레임을 요구할 것이라는 자문을 받았다”며“비용때문”이라는 답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TGV가 달리기는 커녕 잠을 잘곳마저 없다.우선 시험선 구간 선로는 99년까지 완공이 힘들고,보관장소도 마땅치 않다.

공단은 97년말 완공될 오송궤도기지를 꼽고 있지만 전문가들은'불가능한 대안'으로 본다.한두열차면 몰라도 12열차를 그 곳에 모두 보관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 열차를 들여오면 그대로 두기만 하는게 아니라 수시로 움직여줘야 한다.

공단은 오송기지내에 2㎞선로를 깔아 견인열차로 한달에 한번정도 수동으로 작동시키겠다는 설명이다.첨단TGV를 재래식으로 끌고다니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우습다.

그러나 이정도에도 비용은 든다.운영요원.보수요원도 필요하다.정부 당국자는 아예 이 비용이 얼마나 될지 계산해 보지 않았다는 답변이다.

또 시간을 끌다보면 열차는 달려보지도 못하고 하자보증기간이 끝날 수도 있다.

현재 계약서상 하자보증기간은'인도후 2년까지'다.정부 당국자는'시험선 구간 완료후 1년'이라는 조항도 있다지만'정말 그럴지'믿기 어렵다.12열차를 한꺼번에 시운전할 경우 안전도 우려된다.프랑스에선 1호열차를 20개월이나 시운전하는데 우리는 얼마나 할 것인가.당국은'돈'보다'안전'을 우선하는 결정을 해야한다. 음성직 전문위원

<사진설명>

내년 4월 우리나라에 들어올 경부고속철도 2호열차가 완성돼 모습을 드러냈다(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