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중년>10. 끝. 독신의 중년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나이가 차면 짝을 짓고,아이를 낳아 대를 잇고'. 우리들 삶의 모양새를 고만고만하게 테두리 지어온 전통적인 가치관이다.

자의반 타의반 이같은 대세를 거스르며 반평생을 살아온게 바로 독신(獨身)의 중년들.공부하느라,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이유야 제각각일 수 있지만 누구나 위기라고 하는 중년을 혼자몸으로 맞는 이들의 수가 적지 않다.'절반의 인생'에 대한 회한이야 여느 중년들도 마찬가지겠으나 남과 다른 삶의 궤적을 밟아온 독신들의 감회는 그야말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여고졸업후 은행에 다니다 명예퇴직한 李모(44.경기도의정부시)씨.몇차례 선을 보았으나 마땅한 사람을 찾지못해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다.친구들이 시댁과의 갈등때문에 고민하거나 살림에 얽매여 자기시간을 못갖는걸 보면서'독신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꼈던건 30대때.그때는 주변에서 결함이 있는양 수군거리는 것도,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해 외톨이로 지내는 것도 참을 수 있었다.하지만 건강도 예전만 못하고 직장도 그만둔 지금,남편과 애들 뒷바라지하며 살아온'평범한'친구들이 부러워지는건 어쩔 수 없다.'어머니마저 돌아가시면 늙어죽도록 나뿐이구나'하는 생각에 불쑥 공포에 가까운 외로움이 솟구치기도 한다.재취라도 좋다는 결심으로 여기저기 부탁을 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李씨의 예는 혼자 살아온 중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본인이 원했건 아니건간에 소위 '적령기'를 놓치고 미혼(未婚)을 고수한 사람들의 경우 젊을땐 나름대로 일에서 만족을 찾곤한다.“하지만 체력이 저하되고, 직장일도 뜻대로 풀리지 않고,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는 40대이후엔 불안감이 증폭되게 마련”이라고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씨는 전한다.이때문에 만학(晩學)의 꿈을 불태우거나 李씨처럼 뒤늦은 결혼으로 돌파구를 찾으려하는 이가 상당수. 하지만“오랜 독신생활을 청산해야 한다는 부담에다 원하는 이성상과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이성간의 차이가 큰 탓에 일반적인 결혼보다 잘못될 위험률도 높다”는게 결혼정보업체 선우이벤트 이웅진 대표의 조언.그만큼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변화를 꾀하기보다 건강과 재테크.취미생활등 생활주변을 꼼꼼히 챙겨 내실을 기하라고 충고한다.

석.박사에 유학까지 마치느라 혼기를 훌쩍 넘긴 朴모(46)교수의 경우 친구들이 자녀의 교육.결혼자금 대느라 등골이 휘는데 비해 보험.저축으로 노후자금을 축적하면서도 여유있게 운동과 여행등 여가생활을 즐긴다.물론 늦게라도 맘에 맞는 짝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지만 막연한 기대보다 항상 현재의 자신에게 더욱 충실하려 애쓴다는게 朴씨의 생활신조. 어쨌든 바쁜 현대생활과 결혼시장의 남녀 성비(性比)불균형 탓에 독신인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다.실제로 독신인구가 대폭 증가한 가운데 40대이상의 미혼남녀 비율도 지난 5년새 60% 가까이 늘어났다.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사회학박사)수석연구원은“결혼안한 이들을 백안시하는 사회전체의 고정관념부터 깨뜨려나가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예리 기자

<사진설명>

활기찬 독신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건전한 취미생활,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도움이 된다.사진은 50대이상 독신남녀들에게

취미교실등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원우문화센터의 탁구교실. 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