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원정진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울 강남 테헤란로.
임대료 비싼 이곳 병원서
감기환자는 '싸구려'라며
눈총 받기 십상이다.

시간이 돈이라는 벤처사업가.
한 시간 기다려 3분 진료받자
혈압이 올라간다.
돈 더 내도 좋으니
잘 좀 해달라고.

방사선이다, 호르몬이다,
종류별로 치료받는 암환자.
도대체 어떻게 돼가는지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없는 힘에 역정을 내본다.

그런데도 성형.미용 의술은
유별나게 발달해 있는 불균형.
중국에서 일본에서
한국형 미인 돼보려고
돈 싸들고 찾아온다니.

수술을 많이 해봐서일까.
아니면
건보규제를 안 받아서일까

잘만 선전하면
달러박스로 키울 법도 한데
의료는 공공재다,
기업이 병원 하면 큰일난다,
의사는 광고 못한다,
진료엔 정해진 약만 써라….

이러다 보니
견적 많이 나오는
비보험 환자 한명이
열 의사 먹여살린다는
우스갯말이 현실로 나타난다.

수익률 높은 곳에
돈, 사람 모이는 게 시장원리.
돈 되는 분야는 앞서가고
규제로 묶인 곳은 처지고.

병원에, 의사에게
'너희가 서비스를 아느냐'고
호통쳐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묶인 손발로 무슨 서비스?'

*국내 병원이 못미덥다며 해외로 나가 원정진료를 받은 사람이 지난해 2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사용한 돈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추정한다.

권근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