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볼프강 콘골트 음악' 재조명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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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3세때 오페라'죽은 도시'를 쾰른과 함부르크의 무대에 동시에 올려 오페라 작곡가로 이름을 떨쳤던 작곡가.에두아르트 한슬리크의 뒤를 이어 필봉을 휘두른 음악평론가 율리어스의 아들로 태어나 19세기말 오스트리아 빈 음악계의 찬사와 질시를 한몸에 받았던 음악가.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 할리우드에 정착해 영화음악사에 큰 획을 그었던 유대인 작곡가…. 오는 29일 탄생 1백주년을 맞는 에리히 볼프강 콘골트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소프라노 낸시 엠머릭.테너 미카엘 리치아르델로.바리톤 랄프 웰스등이 콘골트의 오페라 아리아.가곡.영화음악등으로 꾸미는'빈에서 할리우드까지'라는 제목의 음악회가 올해 초부터 유럽 순회공연중이다.

또 프란츠 뵐저 뫼스트 지휘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녹음한 교향곡 장조와 가곡을 담은 음반이 EMI레이블로 올해 초 선보였고,'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콘골트'라는 제목으로 교향곡 장조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셰익스피어 연극'한바탕 헛소동'의 부수음악의 관현악 편곡이 담긴 음반도 DG레이블로 내달중 출시된다.

14세때 관현악곡을 작곡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말러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던 콘골트는 멘델스존과 모차르트의 유년시절을 연상시킬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다.

콘골트는 1934년 친구 막스 라인하르트가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한여름밤의 꿈'에 사용할 멘델스존의 음악을 편곡해 준 것이 인연이 돼 영화음악 작곡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나치독일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콘골트 작품의 연주를 금지하자 콘골트는 미국으로 망명,할리우드에 정착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는 유대인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대거 망명중이었다.음악교육자로 변신한 아르놀트 쇤베르크,2차대전 후 동독으로 돌아간 한스 아이슬러와는 달리 콘골트는 이 곳에 남아 '로빈후드의 모험'(38년)등의 작품으로 아카데미상 영화음악 부문을 두차례나 차지했다.

그후 교향곡.협주곡.실내악등을 발표하면서 예술음악 작곡가로서의 잊혀진 명성을 되찾으려 노력했다.그의 친구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가 처음으로 연주한 바이올린협주곡은 지금도 널리 연주되는 레퍼토리다.

쇤베르크.베베른.베르크로 이어지는 제2빈악파의 12음기법에 휩쓸리지 않고 후기낭만주의의 따뜻한 서정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콘골트의 음악세계는 모더니즘이 퇴조함에 따라'20세기 음악의 고전'으로 부각되고 있다.

<주요음반> ◇바이올린협주곡=길 샤함.런던심포니.앙드레 프레빈(DG)/이차크 펄만.피츠버그심포니.프레빈(EMI)/하이페츠.LA필.알프레드 왈렌스타인(RCA)◇교향곡 장조=뵐저 뫼스트/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EMI)/BBC필.에드워드 다운스(샨도스)/프레빈.런던심포니(DG)◇현악6중주=라파엘 앙상블(하이페리온)◇가곡집=폰 오터(DG)/키르흐슐라거(RCA) ◇오페라'죽은 도시'=라인스도르프.뮌헨방송교향악단.르네 콜로(RCA)◇피아노 3중주=보자르 트리오(필립스)/글렌딕테로.스테파브스키.마갈리트(EMI)/퍼시픽 아트 트리오(델로스)◇영화음악'두 세계 사이에서'=베를린방송교향악단.마우체리(데카)◇영화음악 '로빈후드의 모험'=내셔널심포니.찰스 게르하르트(RCA)◇연극음악'한바탕 헛소동'=길 샤함.앙드레 프레빈(DG).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설명>

오페레타와 영화음악에도 손을 댔던 작곡가 에리히 볼프강 콘골트.그의 작품은 20세기초 모더니즘으로 치닫던 음악적 유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독특한 낭만주의 어법을 고수한 덕분에 오히려 독창적인 음악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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