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대화 再開로 이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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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적십자회담이 마침내 타결됐다.타결의 걸림돌이었던 지정기탁제를 북쪽이 수용함으로써 보내는 사람의 뜻에 따라 북쪽 동포에게 식량이 전달될 수 있는 길이 트였다.주는 쪽의 성의가 바로 받는 쪽에 고마운 마음으로 전달될 수 있게 된 것이다.지난 4년9개월간 단절됐던 적십자접촉이 재개되고 막혔던 남북한 직통전화도 다시 뚫리게 된다.이를 계기로 민간차원의 대북지원활동이 활성화되고 이산가족찾기운동이 재개되면서 남북회담이 열릴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식량지원은 이번 1회로 끝날 일이 아니다.옥수수기준 곡물 5만지원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식량부족의 근원적 해결엔 어림없다.남쪽 민간단체지원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북한측은 보다 성실한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급한 불 껐다고 당장 대화창구를 닫고 지정기탁제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또는 성실한 배분을 하지 않아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동족이 굶어죽어서는 안된다는 동포적 공감대가 식지 않도록 성실한 대응을 북한당국은 해야 한다.

북한의 식량문제는 구조적 개선이 없는한 부족사태가 주기적으로 일어나게 돼 있다.영농구조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남쪽의 옥수수박사를 초청해 실험재배도 해야 할 것이고,남쪽의 개량된 종자와 영농기술,나아가 개방경제방식도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북한 스스로 국영농장식 농업경영에 문제가 있다해서 분조계약제를 실시했다.소득의 일정량을 생산자에게 돌려주니 생산량이 늘어났다고 한다.획기적 농업경영과 신기술의 도입없이 북한의 만성적 식량부족은 채워지기 어렵다.

때문에 옥수수 5만지원으로 남북 서로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손을 털 일이 아니다.북한은 지속적 남북경협과 정부당국간 성실한 대화를 통해 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푸는 근원적 대책을 강구하면서 남쪽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남북간 성실한 대화자세가 이 문제를 푸는 시작이고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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