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안팎 악재에 변동성 커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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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증시가 계속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지만 내수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없고 대외경제 여건도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 유가가 문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증가 결의로 가격이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중국의 긴축정책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10%대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금리 인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중국의 금리 인상으로 중국경제가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은 작지만 성장률이 낮아지기만 해도 우리나라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 성장률이 낮아지면 국내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국내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중국의 긴축조치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국제 유가 불안과 함께 국내 증시로의 U턴 조짐을 보이던 외국인 투자자들을 다시 관망세로 돌려놓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주초에는 이틀간 순매수했지만 주말까지 3일 연속 '팔자' 우위에 나서 317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처럼 외국인들이 주식을 파는데도 매물을 받아줄 매수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아진 증시 상황을 이용해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거래를 늘리고 있다. 우량종목의 가치를 보고 장기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투기적인 거래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주(10일)는 선물과 옵션의 6월물 만기가 돌아와 증시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어차피 대외 악재들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고, 내수 회복의 조짐도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주가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등락이 커질수록 고수익을 얻는 기회가 많아지는 파생상품 거래가 부쩍 늘고 있는 것이다.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 시장에서 빈집이 늘고 전세가 빠지지 않는 현상도 증시에는 되레 부정적이다.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면 국내투자자들이 증시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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