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물류개혁>下.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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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물류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낙후된 것은 우리나라.일본 모두 비슷하다.물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부족 때문이다.정부.기업 모두 물류를 제조업.유통업의 보조산업 정도로 생각해온 것이다.지금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같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물류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된 것은 90년대 들어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문제가 되면서부터다.일본은 엔고로,우리는 물류비 부담이 너무 커짐에 따라 기업들이 정부에 물류대책을 촉구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일본이 91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물류개혁작업에 나섰고,우리도 비슷한 시기에 관련법의 통폐합과 새 법의 제정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물류개선작업에 임하는 자세가 우리보다 일본이 훨씬 체계적이고 적극적이다.일본정부는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물류표준화.인프라 정비.공동물류센터 건립등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민간연구소들도 물류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등 물류개혁을 위해 민.관이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우리정부도 화물유통촉진법을 만들고 물류단지조성과 표준화작업을 하는등 나름대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다.집념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성의가 부족하다.

잦은 인사때문에 일의 연속성이 없다.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의 담당국장이 3년동안 세번이나 교체된 것을 비롯,재경원.통산부의 물류담당 과장이나 사무관등이 수시로 바뀜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관(官)만이 아니라 민간에도 문제가 있다.아직도 물류에 대한 경영자들의 인식이 높지 않아 물류개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려는 의지가 약하다.일부 내수업체와 유통업체가 정부가 마련해준 단지에 물류센터를 세워놓고 있지만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물류에 대한 민간연구소들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분위기도 아직 조성돼 있지 않다.그리고 정부.기업 모두 시설확충등 하드웨어부문 투자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고 전문인력의 양성.제도개선등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한 투자에는 소홀한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물류개선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강한 집념을 갖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하루빨리 규제정책에서 지원정책으로 자세를 전환해야 한다.민.관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자주 대화채널을 갖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협의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신천균 유통담당편집위원

<사진설명>

후지테크사가 개발한 로봇 포크리프트가 혼자 야간작업을 하고 있다.이 로봇 개발로 종업원들의 야간 노동부담을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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