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대변인>2. 중국 외교부 선궈팡 - 중국 입장 전달 유일한 창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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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국인들에게 중국에서 가장 바쁜 인물 한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선궈팡(沈國放.45) 중국외교부대변인을 든다.그만큼 외국 언론에 친숙한 인물이라는 얘기다.이는 국가주석이나 총리가 별도의 대변인을 두지 않아 실질적으론 그가 정부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沈대변인의 업무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우선 매주 화.목요일마다 열리는 뉴스브리핑을 챙기는 일이 만만찮은 중압감을 준다.세계 각국의 특파원들이 던지는 송곳같은 질문을'유려하고도 단호하게'받아넘겨야하는 일이 예사로울리 만무하다.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거의 매일 있다시피한 장쩌민(江澤民)주석.리펑(李鵬)총리와 방중(訪中) 외국수반간 회담에 배석해야 하는 임무가 얹힌다.국가의 중대한 정책과 방침이 결정되는 주요회의에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게다가 1년이면 10차례 가까이 江주석.李총리.첸치천(錢其琛)외교부장의 외국방문을 수행해야 하며 베이징(北京)에 상주하는 전세계 41개국 3백여명의 외국특파원과 관련된 사안을 챙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자연히 하루 일정이 그물처럼 꽉 짜여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그의 하루 일정을 들여다보자.그는 오전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30분간 조깅으로 몸을 다진다.7시50분 사무실에 도착하면 전날 저녁 발생한 세계 주요뉴스를 파악하고 8시30분 업무회의를 소집,중국과 관련된 주요 현안들을 1시간여에 걸쳐 분석.점검한다.

江주석의 일정과 관련된 회의에 참가한뒤 신문사 업무보고를 받으면 점심시간.베이징주재 외교사절들과 오찬을 마치고 브리핑 준비사항을 다시 한번 챙겨본다.오후2시45분 국제구락부의 브리핑을 주관하고 브리핑에서 발표된 중국의 공식입장을 관련부처에 통보하고 나면 퇴근시간인 5시. 그러나 퇴근후라고 느긋하게 쉴 수도 없다.거의 매일 저녁 잡혀있는 각종 모임이나 공식.비공식 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정부 당국자에 대한 외국언론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세계 미디어들이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정부창구가 바로 대변인이다. 뉴스브리핑에서 외교적 사안은 물론 사건.사고에 대한 확인에서부터 군사훈련,고위지도부의 인사변동등 중국과 관련된 모든 질문이 다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외 주요사안,그것도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한 즉석 답변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사회주의국가 대변인으로서 그의 입장이 여느 서방국 대변인과는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즉 그에겐 국가의 최고지도자들을 늘 수행하고 그들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할'의무'는 있지만 회의에서'발언'할 권리는 없다는 얘기다.沈대변인에게는 대신 결정된 사안을 철저히 숙지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고 있다.중국의 역대 외교부대변인들은 대부분 승승장구했다.

초대 대변인을 지낸 錢외교부장을 비롯해 지화이위안(齊懷遠)대외우호협회장.마위전(馬毓珍)국무원신문판공실 부주임(차관).리자오싱(李肇星)외교부부부장.우젠민(吳建民)제네바대사(차관급).천젠(陳健)외교부부장조리(차관보)등 외교부의 스타군단이 모두 대변인 출신이다.

沈대변인 역시 외교부내에서 2명의 40대 국장중 한명으로 각광받는 유망주다.그는 문화혁명 기간중 공장에 근무하면서 독학으로 영어와 일어를 독파하는 남다른 학구열로 베이징외국어대를 졸업했다.78년 외교부에 들어와 주네팔대사관을 거쳐 錢외교부장의 비서를 12년간 지냈으며 94년 2월 대변인에 임명됐다.沈대변인은“마이크 매커리 미 백악관대변인,니컬러스 번스 국무부대변인과 개인적으로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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