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꼭 찾아 간다지만 실제 오는 사람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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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소장

서울아동복지센터 상담지원팀은 매일 10여 통의 전화를 받는다.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나 친인척의 상담전화다. 센터는 아이들이 보육시설로 가기 전 1~3개월 동안 대기하는 곳이다. 신세 한탄에서 시작한 상담은 제발 아이를 맡아 달라는 호소로 이어진다.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친 후 상담도 늘어 이달에만 188건의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센터의 이기영 소장은 “처음 아이를 맡길 때는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제 아이를 찾으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는 주된 이유는.

“부모의 이혼이 제일 큰 이유지만 원인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도 늘어난다. 외환위기 때와 정확히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요즘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실직이나 사업 실패로 가정이 해체되면 아이는 갈 곳이 없어 이곳에 온다. 부모가 아닌 친인척이 문의하기도 한다. 친척집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여의치 않으면 마지막으로 보육원을 찾는다.”  

-이곳에 맡긴 아이는 어디로 가나.

“아이들의 나이와 특성에 맞는 시설을 찾는 동안 최대 3개월까지 이곳에서 지낸다. 부모가 처음 맡길 때 한두 달만 맡아 달라고 시간을 약정하지만 대부분 오지 않는다. 빨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한 달 정도 지나면 장기 보호시설로 보낸다.”

-보육시설에서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나.

“불안한 환경 때문에 정서불안이나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아이가 많다. 시설에서 1~2개월간 지내며 갈 곳이 정해지거나 의지할 만한 교사를 만나면 대부분 안정을 찾는다. 요즘 보육시설 중에는 아이들이 생활하기에 안전한 환경과 질 좋은 프로그램을 갖춘 곳도 많다.”

이기영 소장

◆특별취재팀=안혜리·김은하·강기헌·김진경 기자, 임윤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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