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간판 김주성 다쳐 빠지면 ‘리틀 김주성’넣으면 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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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와 동부의 대구 경기에서 동부 윤호영(左)이 오리온스 이동준에 앞서 리바운드 볼을 잡아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동부가 14일 대구 원정에서 오리온스를 87-75로 꺾었다. 동부는 7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고 오리온스는 6연패했다.

동부로서는 기쁘고도 아쉬운 승리였다. 1쿼터 막판 슛을 던지다 착지하던 동부의 기둥 김주성의 왼발목이 완전히 돌아갔기 때문이다. 김주성은 코트에 쓰러져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들것에 실려 나갔다. 직전까지 심판 판정에 열을 내면서 항의하던 동부 전창진 감독의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김주성 없는 동부는 단팥 없는 단팥빵에 불과하다고 모두들 생각을 했다.

김주성이 빠진 데다 주 득점원인 외국인 선수 웬델 화이트마저 1쿼터에 반칙 3개를 저질러 패색이 짙어 보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엄청난 기대 속에 프로에 왔으나 적응을 하지 못해 지지부진하던 국가대표 윤호영이 김주성 대신 나와 펄펄 날았다.

‘리틀 김주성’윤호영은 62-57로 바짝 쫓긴 4쿼터 초반 연속 3점포 두 방으로 점수 차를 11점으로 벌려냈다. 이날 16점을 넣은 윤호영은 수비에서도 발군이었다. 파리채로 파리를 잡듯 블록슛을 6개나 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버렸다. 올 시즌 최대 블록슛 기록이었다.

동부 한순철 사무국장은 “주성이의 인대가 늘어난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윤호영의 활약에 흡족해하고 있다. 김주성이 없는 동안 윤호영이 실전 경험을 쌓으면 동부는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정된 팀이 된다는 생각이다.

창원에서는 홈팀 LG가 KTF에 83-69로 완승을 거뒀다. LG는 17승14패로 단독 4위에 오르면서 다시 상위권 싸움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두 노장 슈터의 명암이 엇갈렸다. LG의 조상현(33)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13점(약28분 출전)을 넣었다. KTF의 양희승(35)은 5득점에 그쳤고 KTF는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조상현과 양희승은 농구대잔치를 풍미했던 슈터들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부상과 싸우는 게 일이 됐다. 이번 시즌만 해도 조상현은 왼 무릎 부상을, 양희승은 오른 어깨와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출전 시간은 하염없이 줄어들고 있다.

부상이라도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둘은 3억원씩의 연봉을 받고 있다. 연봉만 먹어 치운다는 비난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래서 조상현과 양희승은 맞대결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조상현은 1쿼터 초반 3점슛 2개를 터뜨렸다. 속공 찬스에서 그냥 3점슛을 던져버릴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3쿼터 첫 공격에서도 3점포를 작렬시키며 KTF의 추격의지를 꺾어버렸다. 3쿼터가 종료됐을 때 LG는 70-50, 20점 차로 앞서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했다.

양희승도 의지는 불타올랐으나 운이 없었다. 2쿼터 초반 스틸에 이은 단독 레이업 찬스에서 뒤따라 오던 외국인 선수에게 블록을 당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3쿼터에는 슛 한번 던져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조상현은 “슛감이 좋아서 자신감 있게 던졌다”며 “내 수비인 희승이 형에게는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창원=채준, 대구=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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