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野 공조 협상 치열한 공방 '단일화'시기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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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를 선출한 국민회의는 자민련과의 후보단일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그러나 자민련은 이같은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며 내각제개헌을 먼저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바야흐로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을 둘러싼 양당의 밀고 당김이 시작된 것이다.이들의 협상과 신경전은 쉽게 결론이 날 것같지 않다.

국민회의는 자민련의 내각제개헌을 받아주는 대신 김대중(金大中)총재를 야권단일후보로 내세우는 것이 목표다.자민련은 생각이 다르다.국민회의로부터 내각제개헌을 우선 약속받겠다는 것이며 후보선택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내각제개헌의 성취를 위해선 신한국당의 동정도 살펴야 하고 승리할 확실한 인물이 과연 누구인가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국민회의가 19일 협상시한을 8월말까지 못박았고,자민련이 20일'선(先)내각제채택-후(後)후보단일화협상' 카드를 내놓음으로써 양당은 서로 다른 길을 서로에게 확인시켰다.자민련은“만약 내각제 채택이 안되면 국민회의와 단일화를 논의할 수 없다”는 간접적 입장을 전달한 셈이다.야권이 두 후보를 내면 필패(必敗)라는 배수진을 쳐놓고 국민회의의 선(先)내각제 채택을 압박한 것이다.

안택수(安澤秀)자민련대변인은 20일 당무회의 직후 국민회의가 전당대회에서 권력구조 변경문제를 당무회의에 위임한데 대해“권력구조변경이라 하면 대통령 중임제도 포함된다”며“왜 내각제를 못박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국민회의가 지난달'내각제 문제는 당무회의에 위임한다'고 방침을 세워 자민련도 비공식으로는 이를 수용했다.그럼에도 자민련이 이를 다시 문제삼은 것은 양당간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속전속결로 후보단일화를 매듭짓고 바로 대선운동에 매진하려는데 반해 자민련은 이를 한껏 늦춰 명분과 실리를 최대로 챙기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김종필(金鍾泌)총재를 비롯한 주류는 국민회의와의 후보 단일화 협상과 함께 신한국당의 후보 선출과정을 봐가며 여권 이탈파와 연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국민회의 시간표대로 8월까지 후보단일화를 끝내면 자민련이 추구하는 내각제개헌 연대세력을 선택하는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회의도 바로 이 점 때문에 8월말로 시한을 잠정 설정했다.후보를 김대중총재로 단일화해야 하는 국민회의는 내각제문제만 일찍 매듭짓고 후보문제를 별개로 할 경우 양보해야 할 범위만 넓어진다고 우려한다.

때문에 내각제및 후보 문제를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회의측 입장이다.

양당의 서로 다른 꿈 때문에 야권후보단일화 작업은 꽤나 지루한 협상과 신경전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종.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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