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압박 받는 파키스탄軍 - 수뢰.유용 혐의 해군참모총장 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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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민간정부아래서도 여전히 법의 영역 밖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파키스탄 군부가 최근 강력한 개혁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수뢰와 공금유용 혐의가 있는 만수르 울 하크 해군참모총장을 해임했다.하크 전총장은 지난 94년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자르다니와 함께 프랑스제 아고스타90-B 잠수함 도입과 관련,돈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군의 최고위 인사가 민간정부에 의해 쫓겨나기는 25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이에 고무된 언론은 압바스 카타크 공군참모총장도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하크의 해임은 파키스탄의 권력 트로이카를 이루고 있는 레가리 대통령,샤리프 총리,카라마트 육군참모총장 3인의 합의에 의한 것이지만 그 내면엔 육군측의 강한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3군 초급장교들로부터 반(反)부패의 옹호자로 신임을 얻고 있는 카라마트 총장은 육군을 중심으로 군의 부패를 일소하길 원하고 있다.그러나 해군과 공군의 고위장교들은 오히려 카라마트 총장이 부패의 표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많은 군 장교들은 부패가 만연한 군부 쇄신에는 적극 찬성하고 있지만 군의 위상약화를 우려해 최근의 몰아붙이기식 언론보도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의 정국과도 관련이 있다.파키스탄 군부는 지난 1월 레가리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방안보위원회를 설치토록 해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길을 열었지만 지난달 새로 구성된 파키스탄 의회가 총리에게 군 최고지휘관 임면권을 주고 국방안보위원회를 폐지,갈등을 빚고 있다. 김원배 기자

<사진설명>

최근 해임된 하크 파키스탄 전 해군참모총장과 사임압력을 받고 있는 카타크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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