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당대회 국민회의 '한표라도' 밤샘 부동층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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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 주류(主流)와 비주류는 18일 최종 표점검을 마친뒤 각기 승리를 확신한다며 기세를 올렸다.

양측은 지방 대의원들이 묵고 있는 서울시내 호텔을 일일이 돌며 밤늦게까지 지지를 호소하다 같은 곳에서 마주치면 가시돋친 농을 주고 받기도 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예정에 없던 대회 전야(前夜)의 호텔순방에 참가하면서 더욱 달아올랐다.

또 비주류가'DJP가 돼도 승리하지 못하는 7가지 이유'까지 제시하면서'DJ 불가론(不可論)'을 거듭 제기하자 주류측이“여당보다 더한 작태”라고 반박하는등 감정대결 양상도 나타났다.

…金총재는 오후6시30분 평창동의 라마다 올림피아호텔을 시작으로 6개 호텔을 순방. 金총재는“청와대는 무력해지고 여당은 기능마비됐으므로 어느 선거 때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역설.그는“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며“국민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 金총재는 전북.경남.제주 대의원이 묵고 있는 교육문화회관을 방문했을 때 자신을 지지하는 연호와 함께'정대철' 연호가 터져 나오자“정치학 용어로 언더독(under dog)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패배주의에 물든 사람을 일컫는다”며“그런 사람을 뽑아서 어떻게 50년만의 정권교체를 하겠느냐”고 간접 비난. 이어“국회의원 선거도 위원장과 후보가 분리되면 잘 치를 수 없다”고 비주류의 후보-당권 분리론을 공박한뒤“하물며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는 말할게 없다”며 71년.92년 대선당시 일부 지구당 위원장의 무성의를 예시. 金총재는 즉석 연설후 지구당 별로 대의원들과 사진촬영을 했으며 시간에 쫓겨 저녁식사도 차속에서 간단히 때웠다.

이종찬(李鍾贊)선대본부장과 박상규(朴常奎)부총재.안동선(安東善)의원등은 별도로 조를 편성,金총재가 미처 들르지 못한 8개 호텔을 돌며 지지를 당부. …비주류의 총재후보 김상현(金相賢)지도위의장과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정대철(鄭大哲)부총재는 오전 최종 대책회의를 마친뒤 오후 6시부터 19일 새벽까지 모든 대의원 숙소를 돌며 바닥표 훑기에 열중. 비주류는 金의장조,鄭부총재조,김근태(金槿泰)부총재조등 3개조로 나눠 金총재 방문 직전이나 직후 대의원들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시간차 공격'과 객실.복도까지 찾아가 악수공세를 펴는 체력전을 19일 새벽까지 구사. 金의장은“내일은 야당 역사에 위대한 이변이 일어나는 날”이라며“드라마틱한 전당대회를 펼쳐'DJ 사당(私黨)'이 아닌 민주정당의 모습을 보이자”고 자신감을 보였다.

鄭부총재는“맨날 지는 선거를 그만두고 이젠 이기는 선거,여당하는 선거를 해보자”며 지지를 호소. 비주류 선대본부장인 박정훈(朴正勳)의원은“주류와 비주류가 각각 40%씩 고정표를 갖고 있고 부동표 20%의 향배가 관건”이라며“총재경선 만큼은 반드시 이긴다”고 기염. 반면 주류측은 두 자리 모두 70~80%의 득표를 확신했다.

…호텔 순회중 양측은 곳곳에서 맞닥뜨려 어색한 장면을 몇차례 연출.밤 10시40분쯤 서울교육문화회관 1층 로비에서는 밖으로 나가던 金총재일행과 들어오던 金의장측이 마주치자 가벼이 악수만 교환. 이에 앞서 올림픽파크텔에서는 주류의 박상천(朴相千).김홍일(金弘一)의원이 비주류 일행과 마주쳤으나 서로 비켜갔다.

…주류는 비주류가 유인물을 통해“김대중총재는 노태우(盧泰愚)비자금 수수.국민회의 분당(分黨).대선자금.황장엽(黃長燁)사태등 개인적 약점이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고 지적하자 발끈. 이종찬본부장은“황장엽씨 문제는 여권이 색깔론을 제기해 92년 대선때처럼 金총재를 옭아매려는 것인데 어떻게 같은 당을 하면서 여당과 똑같이 걸고 넘어지느냐”고 맹박. 일부 주류측 대의원들은“金의장이 승부에 집착해 당을 깨려 한다”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비주류측도 사태가 심각해지자“여당후보가 색깔론을 제기하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일 뿐”이라고 해명. 김현종.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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