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 없어도 은닉하면 조세포탈죄 성립 - 판례로 본 불법.불로소득 課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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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현철(金賢哲)씨가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33억3천만원에 검찰이 특가법상 조세포탈죄를 적용함으로써 불법.불로(不勞)소득에 대한 과세문제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가성이 없다 하더라도 불법.불로소득에 해당하는 거액을 받은데 대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면 정식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돈을 받은'정태수 리스트'의 정치인들도 소득에 따른 세금을 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의 범위는 이자.배당.지대.이윤.급여처럼 계속적.반복적 이득에서 증여.사행적 이득등 우발적 성격을 띤 소득으로 점차 확대돼 가는게 세계적 추세다.

피땀 흘려 번 근로소득에 대해선 칼같이 세금을 거두면서 요행이나 불법.음성적으로 생긴 소득에는 과세를 안한다면 조세형평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 현철씨가 받은 돈이 뇌물 성격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횡령.도박.뇌물등 불법적 소득에도 과세해야 한다는게 미국.일본 법원의 최근 흐름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대법원 판례 역시“현실적으로 이득을 얻어 세금을 낼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소득이 반드시 적법.유효한 것이냐에 상관없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대법원은 83년 10월 회사 부사장이 회사소유 부동산을 판 대금을 횡령한데 대해서도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범죄로 인한 소득도 과세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다.

또 85년 5월 내려진 대법원 판결은 자신이 이사로 재직하는 재단법인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은데 대해 과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현철씨에 대한 특가법상 조세포탈죄 적용은 마땅한 법규가 없어 고민하고 있는 정치인.고위공무원의 떡값 수수행위 처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또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자금등 음성적으로 받은 정치자금도 세금을 내야한다.

특히 현철씨가 기업들로부터 조건없이 받은 돈을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게 죄가 된다면 한보로부터 1천만~2억원씩을 받은 정치인들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들 정치인은 증여받은 소득을 누락시켰을 뿐 아니라 대부분 후원회를 통한 정식 정치자금으로 신고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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