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관계해빙오려나>上. 일본인妻 訪日허용 쌀지원 노린 유화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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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납치의혹.마약밀수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일 관계가 북송 일본인처 방문허용으로 해빙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북한은 납치.마약이라는 도저히 인정할수 없는 문제를 우회,일본인처 방문허용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쌀지원의 돌파구를 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의는 두가지 경로를 통해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하나는 지난 10,11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 과장급 접촉이었고,또 하나는 사민당과 접촉하는 조총련을 통해 일본인처 문제에 타협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사민당의 이토 시게루(伊藤茂)간사장은 13일“현재 난항중인 연립3당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성과가 있을 것이란 언질을 받았다”고 밝혔다.이에대해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외무장관은 15일“북한이 인권문제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쌀을 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정부가 그동안 인도적인 쌀지원의 전제조건이던 납치의혹.마약사건의'해결'을 인권문제에 대한'자세전환'으로 완화시킨 것이다.외무성은 지난달 22일 만경봉호에 탄 북한차관급인 이성철(李成哲)과의 접촉을 위해 북동아시아과장을 고베(神戶)항까지 내려보내는등 북한과 끊임없는 물밑 접촉을 시도해왔다.

북한은 이번 제의에서 방문 허용인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일본내 관측통들은 1천8백여명 가운데 방문허용 숫자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있다.북한으로 다시 귀환할 수 있을 만큼 충성심이 확인된 일부만 일본에 보내 식량난으로 일본인 처들의 비참한 상황을 공개할 경우 일본의 반(反)북한 감정을 반전시킬 수 있을것이란게 북한의 속셈이란 것이다. 이와함께 북한의 제의가 쌀지원으로 연결되기까지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일본의 사민당과 사키가케,그리고 자민당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정조회장,노나카 쓰토무(野中廣)간사장대리,가토 고이치(加藤紘一)간사장등은 지난주부터 납치의혹과 대북 쌀지원 분리를 주장해왔다.따라서 일본인처 방문허용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관방장관등 같은 보수파인 신진당과의 연합을 주장하는 이른바 보(保)-보(保)연합파. 평소 쌀지원에 거부감을 표시해온 이들은 북한의 제의가 전해진 16일 “조총련계의 조긴(朝銀)신용조합의 회수불능 채권 2천억엔 가운데 일부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유화적인 제스처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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