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 물증 확보에 총력 - 혐의 인정않는 김현철씨 수사 이틀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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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현철(金賢哲)씨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틀째 접어들면서 신병처리 시한인 소환후 48시간을 거의 채운 것은 현철씨가 혐의사실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소환 첫날 금품수수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던 현철씨가 밤을 넘기면서 대가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막바지 증거확보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현철씨가 소환되기 전에 알선수재나 변호사법위반죄의 범죄구성요건에 대해 변호사들로부터 충분히 듣고 온 것 같다.돈받은 사실에 대해선 시인하는 편이지만 명목은 순수한 지원금이라며 버티고 있다”고 철야조사 상황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거액의 비자금을 받아 돈세탁을 한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 사장과 돈을 준 일부 기업인들을 다시 불러 대질신문까지 벌임으로써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한 진술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현철씨가'95년 6월 모처에서 모인사로부터 받은 22억7천5백만원'에 주목하고 있다.

현철씨는 이 돈을 총선에 대비한 여론조사비용으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돈의 출처와 사용처에 의문이 많다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캐고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현철씨의 금품수수중 청탁과 직접 연관지을 수 있는 부분은 제한돼 있다는 게 검찰의 고민이다.이는 지금까지 검찰의 수사상황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우선 검찰은 현철씨 수사에 착수할 때 별다른 단서나 증거 없이 시작해야 했다.

수사팀은 끈질긴 계좌추적 끝에 겨우 두양그룹 김덕영(金德永)회장이 현철씨측에 3억여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동문 기업인들을 계속 추적해 그나마 우성.신성등 고교 선후배들로부터 정기적으로 10억원대를 받은 사실을 추가로 밝혀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동문 기업인이 대부분“현철씨가 다른 부정한 돈을 받아 물의를 일으키지 말라는 뜻에서 준 순수한 후원금”이라고 주장한다는 데 있다.

우성그룹 최승진(崔勝軫)전부회장의 경우 청탁여부를 추궁하자“현철씨의 도움을 받았다면 우성그룹이 부도를 못막았겠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16일 오후 소환한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운영차장을 통해 현철씨의 범죄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현철씨의 비자금 1백20억여원을 맡아온 비자금 관리 총책인 金씨가 비자금의 출처와 사용처에 대해 상당한 진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철근.이상복 기자

<사진설명>

김현철씨가 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돈을 이권청탁과 함께 받은 사실을 확인한 대검 중수부 수사관들이 수사 이틀째를 맞은 16일 새벽 사무실 불을 환히 밝힌채 밤샘수사를 벌이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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