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경기대회>김철균, 장대높이뛰기 10년간 8차례 한국신기록경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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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국의 조인(鳥人)'이 날개를 접었다.14년간 정든 필드를 뒤로 하고 이제 교단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김철균(28.울산중 교사).그는 지난 10여년간 한국 육상 장대높이뛰기의 독보적 존재로 군림해왔다.이미 고등학교 2학년때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다.그가 세운 여덟번의 신기록 덕분에 장대높이뛰기 한국기록은 무려 1가까이 높아졌다.

한국에서 그의 존재는 세계무대에는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붑카에게 뒤지지않는 비중을 가지고 있다.굳이 지명도를 따지자면 프로야구의 후보선수보다 못한 존재다.

그의 퇴진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번듯한 은퇴식 하나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사실 김에게는 아직 더 뛸 힘도 있다.553㎝라는 그의 기록은 2년전에 세워진 것.국내에서 다른 선수는 접근조차 어려운 기록으로 독보적인 존재다.

그러나 그는 이제 필드를 떠나야 한다.육상인이기 전에 생활인이기 때문이다.아내와 일곱살.세살짜리 두딸까지 가진 가장인 그에게 장대높이뛰기는 더이상'삶의 수단'을 제공해주지 못한다.교사자격증을 가진 그는 지난 3월 울산중 교사로 발령이 나자 국가대표직을 사퇴했다.

김철균은 울산중 3년때인 84년 장대높이뛰기에 입문했다.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비상에 대한 막연한 설렘이 이 종목을 택한 동기다.소질도 있었다.입문 첫해 소년체전에서 4의 기록을 돌파하는등 좋은 성적을 냈다.

울산고 2학년생이던 86년 그는 479㎝의 기록으로 생애 첫 한국기록을 세웠다.그해 아시아주니어육상대회에서는 5벽을 넘었다.

87년과 88년 2년간 그의 기록은 날이 갈수록 달라졌다.516㎝,531㎝,540㎝,545㎝등 한국기록을 속속 갈아치워 나갔다.비록 88올림픽에서 본선진출엔 실패했지만 그의 기록행진은 계속 이어졌다.91년에 552㎝,95년에는 553㎝의 기록을 세웠다.그 덕분에 한국기록은 1가까이 높아졌으며 적어도 아시아무대에서는 정상권을 넘볼 수준이 됐다.

김철균은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인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 540의 기록으로 한국선수단에 은메달을 선사했다. 부산=왕희수 기자

<사진설명>

장대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김철균이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부산=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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