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편지사랑 11년 - 생활태도 꼼꼼히 기록 제자 모두에 띄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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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부는 조금 부족하지만 쾌활한 네 성격때문에 학급분위기가 하루종일 환해진단다.거기에 대해 선생님은 참 고맙게 생각한다.”서울석관초등학교 김창문(金昌文.48.사진)교사는 11년째 매년 5월이면 밤을 밝혀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생들에게 편지를 쓴다.

3,4월중 생활태도등을 지켜본 뒤 각각 학생들의 장.단점을 자상하게 짚어 따끔한 충고와 함께 격려해준다.

“학생들에게는 관심이 가장 큰 교육입니다.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학교생활에 더욱 충실해지지요.” 金교사의'편지 가르침'은 8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어린이날을 맞아 학생들에게 선물로 연필을 선물했으나“겨우 연필 한자루…”라며 외면해버린 것. 이에 金교사는 마음의 선물로 사랑의 편지를 하기로 하고 학생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뒤 매일밤 2,3명씩에게 편지를 썼다.편지에는“한반 60명 가운데 성적 1등은 1명밖에 될 수 없지만 각자가 장점을 열심히 계발하면 모두 1등이 될 수 있다”는 평소의 소신을 빼놓지 않는다.

이같은'편지선물'이 계속되면서 해마다 스승의날이면 金교사 집에는 교사.의사.은행원에서 보일러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성장한 제자들이 보내온 5백여통의 편지로 대문 편지함이 흘러넘친다.대부분“선생님의 편지는 코팅해 보관하고 있습니다.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인사드리겠다 생각만하다가 또 1년이 지났습니다.죄송합니다”는등 정이 묻어나는 내용이다.金교사는 이들 편지를 곱게 접어 서재구석의'사과상자'에 넣어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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