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러시아 보따리상 되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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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국의 톈진(天津)에 빼앗긴 러시아 보따리상을 원정(遠征)가서 되찾자.” 국내의 한 중소무역업체를 중심으로 서울 동대문,부산 국제시장등의 의류상인 1백여명이 중국 톈진으로 발걸음을 돌린 러시아 보따리상들을 따라 중국 원정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처음으로 베이징오리 전문점을 개설한 마이클리상사(대표 李仁.49)를 앞세워 지난해 10월 중국정부로부터 톈진항 보세구역에 매장면적 3천평규모(연건평 1천8백평.창고 1천2백평)의 5층짜리 면세점 건물을 2백50만달러에 임대받아 현재 점포개설 준비중이다.

이 지역 면세점이 5백평 안팎인 것을 감안할때 점포규모가 엄청난 것이다.마이클리상사는 면세점 명칭을'중국프랭크국제면세마트'로 정하고 오는 7월 개점 목표로 내장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중국 톈진으로 원정준비에 나선 것은 지난해초만 해도 서울 동대문시장과 부산항을 중심으로 북적거리던 러시아 보따리상들이 대부분 중국 톈진으로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국내에 러시아 보따리상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때부터다.이후 숫자가 불어나 지난 93년 11만명,94년 15만명으로 늘어난후 95년 한때는 20만명까지 돌파했다.그러나 지난해초부터 급격히 줄어들어 지금은 95년의 10분의 1수준이라는게 관련업계의 추산이다.

이처럼 러시아 보따리상들이 우리나라를 떠나는 것은 불법취업 문제등으로 당국의 단속이 심한데다 비자내기가 까다로워져 초청자가 없으면 입국이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중국은 러시아인의 경우 5명만 함께 오면 도착공항에서 비자를 현장발급해줘 보따리상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게다가 중국 의류제품의 품질도 한국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는데다 값이 싸 한국에서 물건을 떼어가는 것보다 중국에서 떼어가는 것이 이익이 더 남아 자연히 중국으로 몰려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톈진항은 91년 중국정부로부터 보세구역으로 지정돼 옛 소련 붕괴후 러시아인들이 의류.생필품을 충당하는 간이무역시장으로 변모,러시아 보따리상들의 천국이 됐다.

현재 톈진항에는 러시아 비행기가 한달평균 1백여대씩 들락거리면서 월 3억달러이상씩 중저가 의류.가전제품.생필품등을 구입해가고 있다.이들 톈진의 러시아보따리상들 가운데 이른바'큰손'들은 대부분이 3~4년전만 해도 한국에 와서 주로 물건을 구입해갔던 사람들이라는게 마이클리상사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마이클리상사는 개장 준비중인 면세점에서 러시아보따리상들이 선호하는 한국의 중저가 의류를 비롯,가전제품.가공식품.생필품류 중심의 매장을 꾸밀 계획이다.중국제품들이 우리 제품보다 싸나 보세구역에 매장을 잡아 면세가 되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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