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11. 김종필 자민련 총재 - 이모저모 (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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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종필(金鍾泌)총재의 토론회장은 자민련 당사가 옮겨온 듯한 분위기였다.

한영수(韓英洙).박철언(朴哲彦)의원등 부총재단과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이정무(李廷武)총무.이동복(李東馥)비서실장.안택수(安澤秀)대변인등 주요당직자는 물론,44명 현역의원중 김복동(金復東).이인구(李麟求)의원등 일부를 제외한 거의 전원이 방청석을 메웠다.

이들은 金총재가“단독출마 가능”등 의지에 찬 답변을 할 때마다 열렬히 박수를 보내 사회자로부터“박수 칠 일도 아닌데…”라는 농반진반(弄半眞半)성 주의를 받기도 했다.

국민회의측에선 전날 김대중(金大中)총재의 토론회에 자민련 고위당직자들이 참관한데 대한 답례로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한광옥(韓光玉)총장.박상천(朴相千)총무.박지원(朴智元)기조실장.김영환(金榮煥)정세분석실장등 5명이 참석. 金총재의 부인 박영옥(朴英玉)여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대신 딸 예리(禮利)씨가 방청석을 지켰다.

…金총재는 현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에 가서는 거의 대부분의 해법을 내각제로 귀결. 그는 金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 사과를 촉구하며“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선거문화를 바꾸기 위함이지 누구를 처벌하는게 목적은 아니다”면서“내각제만이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호남도 모자라 충청지역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공격에도 그는“'내 고장에서 대통령을…'하는 욕심이 지역갈등을 낳는 것”이라며“그래서 내각제가 필요하다”고 응수. 그는“민자당의 92년 대선자금을 알텐데 왜 공개 안 하느냐”는 질문에는“궁금하시죠”라며 장내를 약간 웃긴뒤“당시 나는 (민자당 수뇌부의) 걸림돌이고 허수아비였다”고 말해 정확한 명세를 모르는체 했다.

그는“들려오는 소리가 많아 종합해서'이 정도는 썼겠구나'하고 생각하지만 함부로 내놓을 수 없는 불확실한 추산”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신한국당 주자들에 대해서는“비만 오면 한마리씩 불어나는 저 많은 용들 중 아직 손자를 맡길 누구도 발견 못했다”고 싸잡아 폄하. …金총재는 5.16 쿠데타와 3공 시절의 역할에 대해“공(功)도 과(過)도 있었다”며 주요 대목에서 회상하듯 답변을 이어갔다.특히“당시 내각제 민선정부를 붕괴시킨 당사자”란 비판에는 기다렸다는듯“내각제를 부순게 아니라 무능한 정권을 무너뜨린 것”이라며 장황하게 반론.“당시 우리는 미국의 잉여농산물을 판 돈으로 국정을 끌어가던 거지중의 상거지였다”며“한국.필리핀을 미국을 빨아먹는 두 흡혈귀라고 한 외국의 비난에 정치인 누구도 분개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고 정치.사회적 후진성을 떠올렸다.

“과거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이 오늘날 중소기업의 몰락과 경제난을 가져왔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전적으로 책임을 느낀다”며 “하지만 한정된 시간에 무(無)에서 유(有)를 일궈내야 했던 당시 논리로 해석해야지 1만달러 소득시대의 논리로 평가하는건 옳지 않다.그렇게 해서 산업화가 이뤄졌다”고 반박. 대체로 느리고 긴 답변을 한 그는“답변을 빨리 해달라”는 사회자의 재촉에“충청도 태생이라 그렇다”고 응수,한바탕 폭소를 자아냈다.

…金총재는 토론회 직전“분장을 하시라”는 이정무총무등 주위의 권유에“하나 안하나 늙었다고 할텐데…”라며 끝내 사양. 토론회가 끝난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패널리스트와의 오찬에서 金총재는“누가 가장 잘 한 것 같으냐”란 질문에“통틀어 김대중총재가 제일 잘한 것 같다”고 대답해 공조파트너를 치켜세웠다.여권주자중에서는“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가 비교적 잘했다”고 평가. 반면 국민회의측 참관자인 조세형총재대행은“김종필 총재가 역시 제일 잘한 것 같다”고 칭찬했고 박지원실장은“두 金씨가 모두 여당주자들을 압도했다”고 피력.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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