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되풀이되는 중동의 비극 끝낼 방법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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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0일 이스라엘군의 탱크가 가자지구를 포격하고 있다. [가자지구 AP=연합뉴스]


◆공습의 이유=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로켓포 공격을 계속해 와 어쩔 수 없이 보복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습은 자국민의 보호하기 위한 권리와 관련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봉쇄를 완화했더라면 로켓포 공격은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하마스를 고사시키고자 국경은 물론 해상까지 봉쇄해 식수나 연료, 전기 공급을 막아왔다. 국제사회는 생존을 위해 로켓포를 날린 하마스에 대규모 무차별 공습을 강행한 이스라엘을 향해 명백한 과잉보복이라며 질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분쟁=아랍과 이스라엘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동은 ‘지구촌의 화약고’라고 불린다. 각국이 민족·종교·석유·물 등의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그중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아랍과 이스라엘의 대립은 ‘역사’ 갈등이 더해져 한층 첨예하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곳을 위임통치하던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두고 아랍 민족과 유대 민족에 이중 약속을 체결함으로써 전쟁의 불길을 댕겼다. 1915년 영국은 아랍 민족에 ‘맥마흔 선언’을 통해 ‘아랍인이 영국 편에 선다면 종전 후 팔레스타인에 아랍 국가를 세워주겠다’고 약속한다. 2년 뒤 유대 민족에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민족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밸푸어 선언’을 한다. 민족과 종교 문제로 반목을 거듭하던 양 진영에 본격적인 충돌의 불씨를 마련한 셈이다.

7일 가자시티에서 한 팔레스타인인 아버지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부상당한 아들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가자시티 AP=연합뉴스]


영국이 해결하지 못한 이중 약속의 문제는 1947년 유엔 결의에 따라 팔레스타인 영토의 51%를 이스라엘이 차지하고 나머지 49%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갖게 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곧 아랍 연합군이 이스라엘에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격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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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나서야=팔레스타인 분쟁이 생길 때마다 유대인의 시오니즘이 도마에 오른다. 오직 유대교도만으로 나라를 세우려는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 내 아랍 주민을 철저하게 배척하는 결과를 낳았다.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피지배자로 전락한 팔레스타인인은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을 전개했고, 이스라엘과 유혈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나 하마스는 이스라엘 관련 단체나 기관을 테러하는 등의 강경한 태도로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세계에 알려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피의 보복이라는 악순환을 이어가야 할까? 중동분쟁은 이 지역을 두고 힘 대결을 벌였던 강대국들에도 책임이 있다. 서기 135년 로마의 유대인 강제 추방, 독일 나치의 유대인 박해, 그리고 영국의 이중 계약으로 이어진 분쟁의 씨앗이 그것이다. 팔레스타인의 평화에 국제사회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박형수 기자, 도움말=이일호 숭실대 이스라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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