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마니프 97'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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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군집개인전 형식의 이색 아트페어,마니프97(새로운 국제예술의 선언 97전)을 치른 金영석씨는 지난 9일 초라한 결산보고서를 꾸몄다.

4월26일부터 지난6일까지 열린 마니프97(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수는 1만2천5백48명.지난해보다 14% 증가했다.

정작 중요한 그림판매는 62점.첫해 1백86점,지난해 2백47점에 비하면 정말 초라한 결과다.팔린 작품중 국내작가작품은 16점에 불과하고 나머지 46점은 외국작가 작품이다.

“틈새를 노렸는데 이것도 통하지 않으니 참 걱정스럽습니다.” 미술시장의 불황이 깊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거품이 끼지 않은 외국작가 작품과 작가가 직접 판매한다는 틈새를 노렸는데 그마저 실패했다는게 마니프를 조직한 갤러리아미 金사장의 진단이다.미술시장에서 디스카운트는 일상적인 일이다.20~30%는 의례적이며 그 이상 할인도 심심치 않다.

외국작가 작품도 화랑을 경유하면 값이 치솟는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외국이든 국내작가든 작가가 직접 작품을 판매하며 국내의 경우 값을 내려 정찰제로 한다는 전략을 내걸었다.

실패의 분석은 다양하지만 아직 그림값이 비싸다는 지적이 가장 컸다.

샤를 벨.잭 매클린같은 외국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인기가 높았다.지명도나 작품성을 놓고 볼 때 국내작가보다 싸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정찰제도 실패였다.국내의 그림구입관행이 여전히 화랑주의 설명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金사장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마니프를 계속할 뜻을 비추고 있다.

그림값을 지금보다 더 내려 현실화하고 다양한 가격의 그림을 제공해 보겠다는 생각을 다듬고 있다.오는 23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열두번째 화랑미술제가 열린다.

마니프의 올해 실패를 지켜본 화랑협회가 어떤 마케팅전략을 구사하며 불황타개를 모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사진설명>

전반적으로 판매가 저조했지만 프랑스 작가 샤를 벨은 많은 작품이 판매됐다.벨의'타오르는 꽃'(2백×2백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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