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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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그 다음 원지네 집 주인 아줌마 민순이 우풍과 대면하였다.역시 우풍은 등산모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범인과 옥신각신하다가 범인의 마스크를 벗겼다 그랬죠? 범인이 얼른 다시 마스크를 썼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범인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겠죠?” 형사의 말에 민순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형사가 우풍의 마스크를 벗겼다.

“어때요? 이 얼굴입니까? 아까 전세방 아주머니는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이놈이 그놈이라고 했어요.”“네.바로 이 얼굴 맞아요.이놈이,이놈이…….” 민순이 우풍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갈기려다가 발발 떨기만 하였다.

“아주머니 앞에서는 이놈이 팬티를 벗지 않은 거 맞죠?”“팬티는 벗지 않았어요!” 민순이 부르짖다시피 언성을 높여 형사가 오히려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이 들이미는 칼을 아주머니가 엉겁결에 손으로 잡는 바람에 손바닥이 비었다 그랬죠? 상해진단서 끊어 놓으라는 거 끊어놓았나요?”“네.아는 병원에 말해서 끊어놓았어요.2주 진단으로요.”“이놈이 사용한 칼은 아직 발견하지 못해 증거물로 압수하지 못했는데 자백을 받아서라도 칼을 찾아내고 말거예요.”“아,그 칼요? 대문 쓰레기통 속에서 어제 발견했어요.알고 보니 우리집 부엌칼이더라구요.그래서 우리가 다시 갖다놓았어요.” 민순이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안되죠.그건 어디까지나 범행에 사용된 건데 증거물로 경찰서로 가지고 와야죠.피 묻은 그대로 가져왔어야 하는데.아무튼 빨리 가지고 오세요. 증거물로 추가해야 하니까.”“알았어요.그 칼은 보기만 해도 무서워서 그냥 씻어서 칼만 넣는 서랍에 두었어요.경찰에서 필요하다면 가져와야죠.”“아주머니,다시 묻는데 이놈이 그놈 확실한 거죠? 마스크 벗은 얼굴이 그 얼굴 맞죠?”“맞고 말고요.전세방 주애 엄마는 마스크 쓴 얼굴을 보고도 그놈이라고 했다면서요?” 민순이 우풍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 한숨을 휴,내쉬었다.

“마스크를 쓴 얼굴이든 벗은 얼굴이든 난 이 아주머니 한번도 본 적 없어요.정말 없다구요.나한테 죄가 있다면 주거 침입한 죄하고 휴지 한장 훔친 죄밖에 없어요.그 죄에 대한 처벌은 받으라면 받겠지만 강도 강간미수라니요?우리 아버지가 소설가에다 시인이에요.그런 아버지 아들이 강도를 하고 강간을 하겠어요?” 우풍이 짐승처럼 울부짖다가 형사의 고함에 제지당하였다.

글=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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