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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뮤지컬'모스키토' 청소년관객 연일 滿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대학로에 모기소리가 요란하다.

극단 학전이'지하철1호선'후속으로 내놓은 신작 록뮤지컬'모스키토'(학전그린 상연중)가 내는 유쾌한 울림.그 신나고 재미있는 무대가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날 개막된'모스키토'(박광정 연출)는 이제 겨우 공연 1주일을 넘겼다.하지만 1백80석의 조그마한 소극장은 중.고생과 대학생들로 연일 만원행진이다.무대와 객석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극장은 삽시간에'열대야'로 변한다.

지난 7일 저녁7시30분.가뭄을 해갈하는 단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45명의 서울 영락고 학생 단체관람객을 포함해 빽빽이 들어찬 관객들은“모기떼가 나가신다,모스키토! 가뭄의 단비처럼 모스키토!”를 외치며 여느 라이브콘서트장의 분위기를 연출했다.9,10일에도 신일중과 건대부고등 단체관람객들은 줄을 이었다.

이같은'모스키토'의 히트는 표면적으로 중간시험을 끝내고 축제기간에 들어간 학생들의 여가활용과 특별활동을 현장에서 대신하는'전일제수업'의 확산 때문이다.마침 볼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터에'교육용'으로 이 작품이 안성맞춤인 것. 그러나 작품의 질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이런 성공도 없었을 터다.당초부터'청소년용'이라는 명확한 관객타깃을 정하긴 했지만,이 작품이 전달하는 내용과 주장이 현 시국과 맞물려 청소년들의 '희망본부'역할을 능히 해낸다.

이 작품은 독일수입품(베를린 그립스극단)이다.물론 원작만 차용했을 뿐'지하철…'처럼 완전히 우리이야기로 바꿨다.일단의 새서울고등학교 학생들이 재집권욕에서 비롯된 집권당의 얕은 꾀(고등학생에게 투표권 부여)를 역이용해'모스키토당'을 만들어 선거혁명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엉뚱하지만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주인공 희망(장현성)를 비롯한 학생들은“자율학습.방송수업,방과후엔 또 자율학습,독서실 미니버스 우릴 잡으러 왔네”라며 현 교육제도를 슬쩍 비판하기도 하고,“돈먹고 이권이나 따주는건 안된다”며'돈으로 권력을 사는 더러운 정치놀음'을 꼬집기도 한다.

'모스키토'의 미덕은 비단 이처럼 참신한 현실비판만이 아니다.소극장 뮤지컬을 가꿔온 대표 김민기의 시도가 이제 완숙하게 토착화했다는 증거로 삼을 만큼 뮤지컬로서의 형식미도 뛰어나다.

젊은 감각에 기여하는 빠른 템포와 강렬한 비트의 라이브음악,강신일.김용만을 축으로 방사형으로 분산된 연기,지나치지않게 대사(가사)를 다듬은 각색자(이상범)의 노력등이 어우러져 불협화음의 침입을 일체 막는다.

'모스키토'는 세기말 지향점이 흐려진 우리 연극계에서 모처럼 발굴한 청소년연극의 최고성과란 칭찬을 부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같다.

정재왈 기자

<사진설명>

록뮤지컬'모스키토'를 보려는 중.고생들로 북적대고 있는 소극장 학전그린앞 전경.교육용으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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