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시작은 2000년일까 2001년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21세기와 새로운 밀레니엄(천년)의 시작을 언제로 봐야 하나?’

엄밀히 따져 21세기의 개막은 2001년 1월1일이다.1세기는 1백년이고, 서기(西紀)가 0년이 아닌 1년부터 출발했으므로 20세기는 1901∼2000년이 된다. 따라서 2000년은 21세기의 시작이 아니라 20세기의 마지막 해. 서력 기원후 세번째 밀레니엄의 역사는 2001년 1월1일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앞자리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는 2000년을 새로운 세기, 뉴 밀레니엄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지난달 6일 각국에서는 ‘2000년 D-1,000’을 경축하는 행사가 펼쳐졌다. 파리 에펠탑에는 2000년을 향해 카운트다운하는 전광판이 설치됐고 런던·뉴욕 등지에서도 다양한 축제가 열렸다.

이에 앞서 끝자리 두개로만 연도를 구별하도록 설계된 컴퓨터가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하게 되는 문제로 한동안 떠들썩했던 것도 2000년을 새로운 세기의 첫해로 단정하는 흐름을 부추겼다. 로마 교황청도 예수탄생 2천년을 기념하는 대축제를 2001년이 아닌 2000년에 열 방침이어서 원칙론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같은 혼란은 21세기를 겨냥한 상품명이나 프로젝트 이름에서도 확인된다.‘토탈 바디 2000’‘OK 2000’‘인포테크 2000’등과 ‘해물 2001’‘경주 2001’‘테크놀로지 2001’등이 각각 21세기의 시작을 놓고 경쟁중이다. 이 와중에 “2000년을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과도년’으로 정하자”는 의견이 일각에서 대두되기도 한다. 대세는 2000년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2001년까지 새시대 맞이를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동캐롤라이나대 달력개혁위원회의 결론. “2001년이 21세기의 시작임은 자명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2000년이 새로운 기대일 수밖에 없다.”

최근엔 2000년대의 첫 10년을 ‘80년대’‘90년대’같이 부를 경우 ‘00년대’라고 해야 하는가라는 논란까지 가세해 점입가경이다.정작 시간은 마디없이 흘러 인위적 토막내기를 무색하게 만들게 뻔한데도….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