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미국GE,코리아 배우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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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국의 기업인들은 과거 유럽을 향해 말을 달리던 몽고장수들 같다.이제 우리는'21세기의 칭기즈칸'이 될 한국인들을 알고 배워야 한다.”'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불리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존 웰치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우리나라가 한때 아시아의'4룡(龍)'으로 불리던 시절 이같은 말을 했으면 몰라도 최근 수출부진으로 외채가 증가할 뿐 아니라 불황의 골이 깊어 가고 있어'멕시코의 재판(再版)'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무슨 뚱딴지 소리인가 싶기는 하다.

그러나 GE코리아 강석진(姜錫珍)사장에 따르면 웰치 회장은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GE본사 중간간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경영교육과정(BMC)'의 금년도 연구테마로'한국'을 설정했다.80년대 이후 매년 실시하는 GE의 경영교육과정은 웰치 회장의 성공적인 경영혁신운동을 가능케 했던 교육프로그램으로 국가를 주제로 삼은 것은 중국.인도에 이어 세번째다.

이에 따라 GE본사의 부장급(general manager)간부 40여명이 이번 주말부터 한국에 들어와 2주 동안 서울.경주.부산등을 돌면서'한국 알기'에 나선다.이들의 일정은 주요 대기업 방문,공장시찰,문화유적지 탐방등으로 이뤄져 있다.일정이 끝난 다음에는 토론회등을 거쳐 각자가 느낀 점을 보고서로 작성해 본사에 제출해야 한다.

우리 눈에는 이례적으로만 비치는 이같은 교육의 발단은 올초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GE의 보카러턴 회의.보카러턴 회의는 매년 1월 첫째주 휴양지인 플로리다주 보카러턴에서 웰치회장이 GE의 전세계 사장단과 간부진등 5백여명을 모아 놓고 토론.발표회등을 통해 그 해 GE의 경영전략과 방침을 정하는 중요모임이다.

올해 회의때는 지난해 한국방문때 감명받은 웰치 회장이“세계 각국을 돌아다녀 봤지만 정부.국민.기업인 할 것 없이 그토록 나라운명에 신경 쓰는 곳은 한국뿐”이라고 얘기를 꺼냈다.

프레스코 부회장도 이어'글로벌 경영과 성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지금 당장은 한국이 정치.경제 각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당연한 절차일 뿐”이라며“현재 한국기업인들은 동남아.중남미.유럽시장등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어느 나라보다 빨리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국인들은 고대 몽고족과 같은 피를 갖고 있어 서양인의 합리성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과감성과 결단성까지 갖췄으므로 21세기에는 세계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웰치 회장은 한국을'21세기의 칭기즈칸'이라고 규정하고 임직원들에게 한국 배우기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姜사장은“미국인들이 우리의 잠재능력을 꿰뚫어보고 있는데도 우리는 지나친 자기비하를 통해 나라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세계시장의 주역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해 나갈 때”라고 밝혔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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