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오자와 일본정계 개헌파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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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재 일본정계에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보.보(保保)연합론',즉 거대 보수정당인 자민.신진당의 연합을 주장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인 개헌론자다.

자민당의 원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총리와 실력자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관방장관,신진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당수가 대표적이다.이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한반도위기설이나 미.일안보조약을 준수할 필요성등을 명분으로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요구해 왔다.'몸(경제대국)에 맞는 옷(정치.군사력)을 입자'는 주장도 개헌론과 직결된다.오자와 당수는 지난 4일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작업에 대해“헌법문제를 제쳐놓고 무원칙하게 군사행동을 논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집단자위권 보유를 포함해 개헌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자민당에서는'보.보연합파'와 가토 고이치(加藤紘一)간사장을 중심으로 한'연립정권 유지파'가 치열한 권력싸움을 벌이고 있다.자민.사민.사키가케의 3당연립정권을 오래 끌고가려 하는 연립유지파는 호헌 또는 적어도 개헌에 소극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총재 재선을 노리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팽팽히 대립한 두 세력을 적절히 이용해 장기집권을 도모하고 있다.

헌법조사회(자민당).헌법문제조사회(신진당)등 각자 당내모임을 통해 개헌문제를 논의하던 정치인들은 이달 중순'헌법제도조사위원회 설치추진의원연맹'이라는 본격적인 초당파조직을 발족시킬 예정이다.모임에는 자민.신진당은 물론 민주당.태양당의 의원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대해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총리등 호헌론자들은“지금은 국내문제에 주력할 때”라며“개헌론으로 국론을 분열시킬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일본정계에서 호헌파가 소수로 전락한 결정적 계기는 호헌세력의 지주이던 사회당(현 사민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전총리가 총리시절인 94년7월20일 국회에서 '자위대는 합헌'이라고 답변한 일이다.수십년간 정계에서 터부시되던'개헌'이라는 용어가 해방된 순간이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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