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4. 김덕룡 신한국당 의원 - 이모저모 (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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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 김덕룡(金德龍)의원은 까다로운 질문에 대부분 논리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답변했다.그는 김현철씨의 비리등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답변을 준비한 듯 단정적이고 강한 표현을 구사했다.

그러나 꽤 긴장한 탓인지 그는 김현철씨 세력 척결같은 민감한 문제에서 답변의 혼선을 빚기도 했고 한보자금 수수같은 약점에는 정공법보다는'안전위주'로 대처했다.

토론장에는 이규택(李揆澤).이경재(李敬在).맹형규(孟亨奎).이신범(李信範).이원복(李源馥).조웅규(曺雄奎).김충일(金忠一).이상현(李相賢).안상수(安商守).서한샘.김영선(金映宣).황규선(黃圭宣)의원과 이성헌.이건식.김영춘.정진섭.김철기.양영두.김용기.배종덕.심의석.김주섭씨등 원외위원장이 방청.김태룡 전통일민주당 대변인과 김기도 전의원등도 모습을 나타냈다.부인 김열자(金悅子.자인내과의원장)씨도 조경희(趙敬姬)예총명예회장과 나란히 앉아 방청. …처음부터 金의원은 곤혹스런 질문에 휩싸였다.측근이 한보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질문자가“대통령 될 꿈을 포기할 의사가 없느냐”고 꼬집었다.

金의원은“내가 가던 길을 멈추면 (지지자들의) 기대를 꺾는 것”이라며 출마의지를 재확인.그는 한보비자금 문제에 대해 서너차례나“사죄한다”며 몸을 낮췄다.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의 비자금과 YS대선자금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金의원은 약간 당황하는 듯했다.그는“全.盧 대통령은 명백히 부정이 있었다”고 했다.논리대로라면“金대통령은 부정이 없었다”로 이어져야 했으나 그는“대선자금을 밝히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회로를 택했다.

그는 지난해 4.11총선때 자기와 가까운 후보들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질문자가 이 부분을 파고들자 그는“야당시절부터 나를 도와준 동지들에게 성의 차원에서 약간의 성금을 주었을 뿐”이라고 슬쩍 비켜갔다.

그가 몇차례 민감한 부분에 대해“밝힐 수 없다”고 피하자 김영희(金永熙)사회자는“金의원이 다섯차례나'밝힐 수 없다'고 해서 한보청문회를 방불케 하고 있다”며 조크가 섞인 고언(苦言)을 던졌다.

…金의원이 정면돌파를 택한 대표적인 부분은 김현철씨 비리의혹.현정부 들어 현철씨와 몇차례 충돌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시종'현철이'라고 호칭.그는“현철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잘 알고 있다”며 현철씨와의 관계를 규정했고“(비호세력들이) 대통령의 눈.귀를 가렸다”“국정농단”“심판해야한다”고 거침없이 현철씨 세력을 비판. 그는“金의원 자신이 YS의 최측근으로 30여년 정치를 해왔으니 세대교체의 대상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자 정색.그는“그렇다면 3金 밑에 있었던 누군들 책임이 없겠는가”고 반문하면서“오랫동안 3金 천하에 있었으므로 나는 누구보다 3金 정치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고 정면으로 응수. …金의원은 몇차례 재치있는 답변으로 폭소와 박수를 이끌어 냈다.“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 닮은 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두 사람의 부인이 모두 전문직 여성인데 당내 대선주자중 전문직 아내를 가진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고 답했던 것. 전북출신인 그는 질문자가“대선에서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 때문에 호남표가 없을 것이라는 일부 지적”을 거론하자“호남은 지금까지 DJ로는 안됐으니 이제는 될 만한 사람을 밀어주자고 할 것”이라고 받아넘겼다.

…토론 직후 金의원의 한 측근은“金의원이 대선주자중에 현철씨를 이용한 세력이 있다는 부분을 왜 명확히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金의원은 대선주자중 어떤 이가 그런 세력인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별도로 金의원은“金대통령이 현철이라는 짐을 떨쳐버리고 밧줄을 놓는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임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빠뜨린 것이 아쉽다”고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리=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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