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堂이 '어린이' 단어 처음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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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한국 잡지 백년’(전3권)을 7년간의 자료수집과 집필 끝에 최근 출간한 최덕교씨. 팔순을 앞둔 최씨는 1950년대에 인기 잡지 ‘학원’의 편집장과 주간을 역임한 원로 출판인이다.

"'어린이'란 말은 소파 방정환(1899~1931)이 창안한 용어가 아니라 육당 최남선(1890~1957)이 훨씬 먼저 썼다." 1950년대 초 인기 잡지였던 '학원'의 편집장.주간을 지낸 원로 출판인 최덕교(79)씨의 주장이다. 그는 "1914년 10월 육당이 펴낸 잡지 '청춘'의 창간호를 보면 '어린이의 꿈'이란 제목의 권두시가 나온다"면서 "육당이 1914년에 지었거나 아니면 기왕에 쓰던 우리말에서 찾아내 활자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 방정환 앞서 '청춘'에 실어

그렇다면 소파가 잡지 '개벽'(1920년 8월)에 '어린이 노래'를 발표하면서 '어린이'란 말을 쓴 것보다 6년이나 앞선 사례다. 최씨는 "'어린이의 꿈'의 저자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육당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리고 "소파는 '청춘'에 투고하던 독자였으니까 필시 '어린이'란 말을 마음에 간직했다가 1920년에 내놓았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새로운 주장은 최씨가 최근 펴낸 '한국 잡지 백년'(현암사, 전3권, 각권 4만원)에 실려 있다. 7년간의 작업 끝에 집대성해낸 한국 잡지 100년 역사의 증언이다. 개화기 이후 한국전쟁 때까지 발행된 384종의 잡지를 창간호 중심으로 개관하면서, 창간 취지.목차와 함께 발행인.편집인 등에 얽힌 회고담.일화 등을 실어놓았다. 해당 잡지의 윤곽은 물론 시대 배경도 헤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수록된 잡지 표지 등 도판만 해도 570여개다.

최씨는 "옛 잡지를 수집해온 김근수(1910~1999, 전 중앙대 교수).백순재(1927~1979, 전 서울고 교사) 두 분의 컬렉션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며 공을 돌렸다. 김근수 수집본은 현재 세종대 도서관에 보관돼 있고, 백순재 수집본은 아단(雅丹)문고에 있다. 아단문고 학예연구실장 하영휘 박사는"최덕교 선생의 잡지 역사 기록은 어떤 연구서보다도 더 귀중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 역사 기록의 오류 바로잡아

최씨의 작업은 '역사 기록'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이수일과 심순애가 등장하는 '장한몽'의 작가 조일재의 생년이 인명사전 등에는 1863년으로 나와 있으나, '삼천리'(1934년 9월)에 실린 조일재의 글을 통해 1887년으로 바로잡았다. 또 소설가 나도향의 사망연도도 1927년에서 1926년으로 고쳤다. '문예시대'(1926년 10월) 창간호에 실린 '문단 풍문록'이 근거다.

최씨는 1896년 11월 독립협회가 창간한 '대죠션독립협회보'를 우리 잡지의 효시로 꼽으며 "여태까지 서재필이 주관한 것으로만 전해져 왔으나, 실제 발행인은 독립협회 초대 회장 안경수(1853~1900)일 것"이라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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