鄕土史家들 조직적 활용 - 國編의 고서수집활동 활발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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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왕명에 의해 불태워짐으로써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던 소설이 거의 5백년만에 우리 앞에 나타났다.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허균(許筠)의'홍길동전'보다 무려 1백여년 앞서는 채수(蔡壽)의'설공찬전(薛公瓚傳)'의 발견(본지 4월27일자 1,3면 참조)으로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학자들은 이러한'대발견'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최근 수년간 전국에 걸쳐 진행된 우리 고문헌에 대한 수집작업이 이루어낸 쾌거로 보고 있다.

60년대 이후 개발과정 한글소설이라는 허균(許筠)의'홍길동전'보다 무려 1백여년 앞서는 채수(蔡壽)의'설공찬전(薛公瓚傳)'의 발견(본지 4월27일자 1,3면 참조)으로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학자들은 이러한'대발견'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최근 수년간 전국에 걸쳐 진행된 우리 고문헌에 대한 집요한 수집작업이 이루어낸 쾌거로 보고 있다.

60년대 이후 개발과정에서 이미 많은 귀중한 고서들이 사라졌다.최근에는 지방 문중문고들이 도난당하고 심지어 해외로 유출되기까지 한다.이런 상황에서 개인 수집가나 연구자에 의한 조사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나선 기관들이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원순.이하 國編).정신문화연구원(원장 이영덕.이하 精文硏)등 국책연구기관과 명지대 한국관련 고서찾기운동본부(위원장 유영구)등 법인연구기관.정문연이 지방 행정기관의 관부(官府)문서와 문중문고를 조사하는데 중점을 둔 반면 명지대는 외국인의 한국기록에 주안점을 두었다.

국편의 경우는 보다 광범하다.고서뿐 아니라 국왕.왕실.관부.사인(私人)문서,사진류와 그림,해외문서보관소에 소장된 한국사 관련 자료들도 뒤지고 있다.

물론 이같은'조직적'조사사업도 빈약한 연구비와 인력 때문에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번에 국편이'설공찬전'발굴이라는 대어(大魚)를 낚은데는 나름의 비법이 있었다.사료조사실(실장 최근영)은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향토사 연구가 3백4명,해외 13개국 31명을 사료조사위원으로 위촉해 사회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의 자율적 조사활동을 도모한 것.교통비도 안되는 연30만원 미만의 수당지급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국책기관의 위임을 받았다는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사라지기 일보 직전의 고서들을 추적해왔다.

충북괴산군 성주(星州)이씨 문중의 학자 이문건(李文楗)이 쓴 생활일기'묵재일기(默齋日記)'낱장 속지에 은밀히 필사해놓은'설공찬전'도 국편의 김준 고서전문위원과 이 지역 향토사연구가인 이재인.이대섭.이상한 사료조사위원의 결정적 도움에 의해 햇빛을 보게 되었다.

국편이 이같은 사료조사활동을 강화한 것은 지난 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사료조사활동 중심의 연구기관으로 그 성격을 전환하면서부터.조사.연구의 전문성을 높이고 조사.연구된 자료를 보관.전파하는 방법을 체계화함으로써 국내외 사료조사활동을 강화한 것이다.

이같은 활동으로 지난 한해 수집한 자료만도 엄청난 양이다.고서 2백50여책,고문서 1만여장,근현대사 사료 2만3천여장,국외 사료 7만6천장으로 그중에는 아직 연구인력 부족으로 쌓아놓고 있는 중요자료도 많다.특히 다수의 국외자료는 해외 문서보관기관과 자료교환및 학술교류를 위한 협정을 체결해 찾아낸 것들. 국편은 이 자료들을 선별해 이용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총서를 간행하고 있으며,이를 바탕으로 5천년 한민족생활사를 총정리하는'신편 한국사',중요시기와 관련사건 사료들을 총괄하는'자료 대한민국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사진설명>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설공찬전'은 이문건이란 학자가 32년동안 쓴 '묵재일기(默齋日記)'10책(사진)속에 숨어있었다.국편의 조직적 수집활동에 의해 햇빛을 보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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