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십자 베이징 회담 줄다리기 - 북한 "언제 얼마나 줄텐가" 채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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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두차례 열린 남북적십자 대표접촉은 민간차원에서 우리가 북한에 제공할 물품의 양과 전달시기에 대한 이견(異見)을 끝내 좁히지 못하고 일단 결렬됐다.

이 대목이 이번 접촉에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됐다.

북한이'남한배제'라는 기본 대남전략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이번 적십자 접촉에 응한 것은 식량확보라는 과제가 무엇보다 절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전달통로의 다변화등 몇가지 우리측 요구에 대해선 양보할 수 있으나 지원받을 양과 시기에 대해선 개략적이나마 언질을 받지않으면 접촉을 결렬시킨다는 전략을 갖고 나왔을 공산이 크다.

지난 3일의 1차 접촉에서 북한이 유연하게 나왔던 배경도 이런데 있다.북한은 동해안을 통한 추가 전달통로 개설,한적(韓赤)마크 부착및 지원단체 이름 명기(明記)에 긍정적으로 나왔다.

또 쟁점중 하나였던 한적요원의 분배과정 참여문제는 우리측이 유연한 자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실시되는 국제적십자사등 국제기구를 통한 방식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양측이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규모의 양과 시기에 대해선 양측이 계속 팽팽히 맞섰다.우리측은 대북 지원의 주체가 민간단체이므로 정부가 목표량이나 시기를 사전에 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북한이 직접전달 원칙,지원단체 명기등 우리측 요구에 응하면 남한내부에서 지원열기가 높아져 양도 늘어나는 동시에 전달도 손쉽게 되므로 북한으로선 이득이 아니냐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북한측은 지원량과 시기가 사전에 정해져야 전달통로 다변화등 우리측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한 당국자는“북한측은 남측 요구를 수용하면'물품은 질끔질끔 들어오고 북한지역만 이곳저곳 개방시키는 꼴'이 되는 것을 우려한 것같다”고 분석했다.

우리측은 공식접촉은 일단 결렬됐지만 5일 저녁 비공식 채널을 통해'북한이 우리측 요구사항을 받으면 결과적으로 충분한 양의 물품이 제공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주지시킬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안희창 기자

<사진설명>

한적의 이병웅 수석대표와 북적의 백용호 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이 5일 샹그릴라호텔에서 2차 접촉을 마친후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이날 회담은 물품규모.지원시기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됐다. 베이징=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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