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씨 빌딩 위장매각 의혹 - 케이블 TV 매입자금 687억 출처 불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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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현철(金賢哲)씨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 사장이 95년부터 7개 케이블TV 방송국을 사들이는데 사용한 6백87억원의 자금 출처에 의혹이 일고 있다.

李씨측은 케이블TV 방송사를 매입한 자금이 95년 서울서초구서초동 대호빌딩을 8백64억원에 H전자에 팔기로 계약하고 받은 돈 가운데 일부라고 주장해 왔으나 검찰 수사 결과 3년이 되도록 H전자측에 빌딩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검 중앙수사부는 방송국 인수 자금이 현철씨의 비자금등으로 이뤄진 돈이거나 李씨측과 H전자가 짜고 H전자를 대신해 李씨측이 방송국을 자기 소유의 신아기획 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자금 출처와 경위를 캐고 있다.

검찰은 특히 李씨가 96년부터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일부 대기업을 상대로 환치기를 제의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 부분도 수사하고 있다.

李씨측은 검찰에서 95년10월 이 빌딩을 H전자에 매각했다고 주장했으나 등기부 등본상에는 같은해 12월 빌딩 소유주가 대호건설㈜에서 ㈜대호로 상호명의만 변경됐을뿐 등기부상 빌딩 소유권 이전등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또 95년12월에는 李씨 소유의 ㈜동서울 케이블TV가 이 빌딩을 담보로 모 종합금융으로부터 46억원을 대출받았고 96년6월 일부회사가 10억원의 전세권을 설정하고 대호빌딩에 입주하는등 매매후에도 李씨가 계속 재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밝혀져 위장매매 의혹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H전자측은“95년 대호측과 매도계약을 체결한뒤 현재 수십억원의 잔금이 남아 98년 소유권 이전을 할 예정이며 통상 부동산 매매는 잔금을 지불한뒤 소유권을 이전받기 때문에 대호측이 빌딩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들은“수백억원짜리 빌딩을 사들이는 회사에서 아무리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소유권 확보를 위한 등기설정도 하지않고 새로 담보가 설정된 것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로 빌딩의 매매 여부와 7개 방송국 매입자금의 출처는 곧 가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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