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열린 베이징 남북적십자회담 화기애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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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단 4년9개월여만인 3일 중국 베이징(北京)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남북적십자 대표접촉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남북 모두 이 접촉을 성공리에 끝내겠다는 각오여서 이날중 최종합의는 못봤지만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관계자의 전언.

…남북대표단은 본격회담에 앞서 가벼운 인사와 악수를 교환.북측단장인 백용호 북적 서기장은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병웅(李柄雄)한적 사무총장이“언제 도착했느냐”고 묻자“오늘 아침 왔습니다.가까우니까…”라며 웃으며 대답.북한대표들은 가슴 왼쪽에 김일성배지를 달고 오른쪽에는 적십자배지를 부착.회담에 들어간 대표단은 날씨를 소재로 얘기를 풀어가면서 95,96년 수재복구상황에 대해 의견 교환. …회담장 입구에는 남북한및 외신기자등 6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남북 쌍방은 원활한 회담진행과 북한측의 입장을 고려,모두 6명의 신문.방송및 사진기자의 회담장내 취재만을 허용했다.

…남북한 대표들의 태도와 분위기가 매우 대조적이어서 눈길.우리측은 회담장에 주중(駐中)한국대사관 문봉주(文俸柱)공사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배석케 하는등 이번 접촉이 단순히 적십자가 아닌 당국차원에서 대응하는 모습.반면 북측은 당초 예정대로 白단장등 대표 3명만 참석했을 뿐 수행원이나 배석자를 대동치 않아 실무차원의 접촉으로 격하시키려는 의도가 역력. 李수석대표가 수행원 4명의 회담배석을 요청하자 북측 白단장은 “이번은 구호물품의 원만한 수송을 위한 절차문제만 논의하는 실무회의라고 생각해 수행원도 데려오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명.결국 남측의 요구로 수행원 4명의 배석이 허용돼 남측 7명에 북측 3명이 회담에 임하는 기형적 모습을 연출. 그러나 호텔 로비등에는 김일성배지를 단 북측인사 5~6명이 회담장 주변에서 회담이 끝날 때까지 대기하는등 매우 신경을 쓰는 눈치. 베이징=문일현 특파원.이영종 기자

<사진설명>

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샹그릴라호텔에서 대한적십자사 이병웅 사무총장(측 가운데)을 비롯한 조명균.김장균 적십자 긴급구호위원이 북한적십자회의 백영호 서기장,정영춘.김성림 북적큰물피해복구위원과 대표접촉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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